내 안의 2 년 [매경춘추] !!!
연일 언론을 통해서 우리는 현재 국내외 경제 사정이 얼마나 나쁜
지, 회복력도 얼마나 기약하기 어려운지를 알고 있다. 대학을 졸업
한 취업준비생들이 어떤 난국을 헤쳐가야 하는지 굳이 청년실업률
을 들이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명절이 되면 더 괴로운 상황이니, 귀
향을 포기하고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도서관에 칩거한다
는 것도 안다. 이렇게 문제에 억눌려 방황하는 청춘의 시간들이 우
리 사회의 희망으로 돌아올 수는 없을까.
1945년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마감했다. 세계대전을 마
무리한 아이젠하워에 이어 1961년 미국의 3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당시 43세의 케네디 대통령은 뉴프런티어 정책을 내세우면서 미국
의 진보진영을 이끌게 되었다. 전후 냉전시대에 유엔이 결성되고
전 세계가 평화 구축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다. 곧이어 세계의 젊
은이들이 주목할 또 하나의 깃발, `평화봉사단(Peace Corps)`이 세
워진다.
"인생의 2년을 가장 어렵고 긴급한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라는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년, 대학생
들은 2년 동안 자신들이 전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열악한 국가들에
자신의 삶을 투신한다. 전쟁의 후유증과 동서냉전으로 이념 갈등이
비등할 때, 전장에서 살아남은 세대들은 자신의 안위를 내던지고
척박하고 생소하기만 한 땅에서 청년으로서의 새로운 도전에 뛰어
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봉사단은 현재까지 누적인원 22만명이 140
개국에서 교육, 농업, 무역, 기술, 의료 등의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해
오고 있다. 2년의 시간, 청년봉사자들의 내면에 숭고한 삶에 대한
인식을 깨우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휴머니즘을 실천해온 것이
다.
칸트는 `시간은 인간의 영역 밖에서 무심히 흘러가는 게 아니라, 자
신의 내부에서 무언가를 인식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라고 했다. 어
떻게 일하느냐에 따라서 시간이 변하고, 미처 몰랐던 풍요로운 자신
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각양각색으로 땀 흘리며 오지
에서, 재난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치료하고, 길을 내고, 집을
고쳐주고, 그을린 얼굴로 돌아온 젊은이들을 마주한다.
이들이 `청년의 때` 적어도 2년간은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봉사하며 살아보도록 현실적인 지원을 해주면 어떨까.
이들의 2년은 전혀 예측 불가능한`제4의 산업혁명시대`를 개척해
내는 파워로
채워질 것이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