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숙명여대 공과대 신설, 황선혜 총장 인터뷰

금수강산 1 2,602 2015.08.31 20:50

신설되는 공대, 인문·외국어 내공 갖춘 인재 키울 것

[중앙일보] 입력 2015.08.25 00:43 / 수정 2015.08.25 01:13

숙명여대 황선혜 총장

           
숙명여대가 내년에 공과대를 신설한다. 황선혜 총장은 “인문학적 소양과 전공에서 기본기가 탄탄하게 갖춰진 공대생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지난해 4년제 대학 공학계열에 입학한 여학생은 2만220명. 전체 공대 입학생의 21.9%다. 최근 3년간 여자 공대생은 13.6%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공대 입학생 증가율(11.3%)을 넘어선다. 이런 가운데 숙명여대가 여대로는 두 번째로 공과대(입학 정원 100명)를 신설해 내년 3월 문을 연다. 이를 위해 9월 수시모집부터 학생을 선발한다. 이 대학 황선혜(61) 총장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공대인을 키우고 싶다”고 23일 말했다.

 - 남녀공학 대학의 공과대에선 요즘 여학생이 흔하다. 숙대 공대생은 뭐가 다른가.

 “대기업 임원들을 만나보면 코딩(컴퓨터 언어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짜는 일)조차 못하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출된다는 얘길 듣게 된다. 우리 산업이 그간 첨단기기 개발엔 온통 신경을 썼으나 소프트웨어 개발엔 소홀했던 탓이 아닐까 싶다. 숙대는 기본기에 충실한 공대생을 키우고 싶다.”

창의적 여성 CEO 나올 수 있게 교육

 - 기본기란 무엇을 의미하나.

 “기본기는 인문학적 소양을 뜻한다. 전공 수업만 따라가는 학생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공대생, 외국어 실력을 갖춘 공대생을 뜻한다. 그동안 숙대의 강점이었던 인문·사회·예체능의 내공을 갖추게 하려 한다.”

 - 공대생에게 외국어 실력도 필요한가.

 “지금 국내 시장만 보면 대학생들의 취업 전망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해외로 나가라고 권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공대생도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도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졸업할 수 있다. 실험실에 머무는 공학도가 아니라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무에 필요한 경영 및 법률 지식과 의사소통, 자료 분석 등을 가르치려 한다. 또한 포스텍(옛 포항공대)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어 향후 5년간 양교의 학생들이 강의 교류를 하고, 교수들은 공동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 인문계열 등 다른 전공의 정원 축소가 있어야 했을 텐데.

 “타 분야의 정원을 줄여야 하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우리가 공대 후발주자인데 타 대학을 뛰어넘을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다운 대학으로 가려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숙대는 컴퓨터과학·의약과학과 등을 비롯해 ‘SM(과학·수학)’은 갖추고 있으니 공학적 배경을 강화해 더 큰 열매를 맺으려 한다. 우리 산업에 필요한 특허나 기술 이전 실적을 내고, 향후 여성 CEO를 길러내려는 것이다.”

포스텍과 5년간 강의·연구 교류 협정

 -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나.

 “공대뿐이 아니다. 우리는 벌써 3학기째 소프트웨어 융합 연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엔 글쓰기가 교육의 기본이 됐듯 이제 스마트 시대의 문법은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은 미래 대학 교육의 기본이 될 것이다. 컴퓨터과학을 제1전공으로 하지 않는 학과 학생들이 2년간 30학점 이상을 배운다. 내년부터는 이 과정이 교양과정으로 들어간다.”

 - 학생들은 강의의 질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몇 년 전 내 강의를 비디오로 찍어서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강의실에 걸어 들어오는 장면부터 녹화되는데 강의 도중 내 행동이 왜 저렇게 왔다 갔다 하나 싶었다. 내가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알 수 있었다. 그걸 보고 ‘달라져야겠구나’ 생각했다. 강의의 품질부터 교수의 목소리, 얼굴 표정, 태도까지 다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 강의 품질이라는 말이 낯설다.

 “2학기부터 4개 학과(영어영문학부·일본학과·통계학과·식품영양학과)를 대상으로 품질관리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해당 전공 교수와 관련 분야의 외부 교육과정 전문가 등으로 품질관리TF(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현재 학과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점검한다. 교육과정에 학생들의 향후 진로는 고려했는지, 학과의 목표, 이를 실행하는 전략, 계획은 잘 연계돼 있는지 등을 돌아보는 것이다. TF는 학과 교수들에게 교수법이나 교육 내용을 개선할 것도 제안한다.”

강의 품질관리 확대 … 대학 변화 이끌 것

 - 품질관리를 하는 이유는.

 “현재의 학과 중심 학사제도는 40~50년이나 됐다. 이런 낡은 틀로 지금 사회의 수요, 국제 환경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을까. 솔직히 자존심 상하지만 인터넷엔 양질의 강의가 넘쳐난다. 과연 대학이 지식 전달에 있어앞서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대학은 탄탄하게 가르치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래서 품질관리를 하려는 것이다. 현재 4개 학과를 대상으로 하지만 내년부터 매년 10개 전공씩 늘려 갈 생각이다.”

 - 대학 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숙대는 오래전부터 학생들에게 창업을 강조했다. 현장형 인재 양성이 목표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숙명 스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제로 자본금을 대주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기획해 실제 창업까지 이어주는 방식의 수업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22개 창업팀이 나왔다. 또 대학 수업과 산업체 현장훈련을 하나로 통합하는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학생·대학·기업체 모두가 상생하는 교육 모델을 만들고 싶다.”

 - 이런 교육이 경쟁력이 있을까.

 “숙대의 교육 모델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왕립대학(프린세스 노라 빈트 압둘 라흐만 대학·PNU)에 수출됐다. 알라산 드라만 우아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6개 국립대를 신설하면서 그중 한 곳을 여대로 만드는데 숙대를 모델로 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과거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들도 여성에 대한 고등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 대학이 기여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황선혜 총장=‘품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품는다는 건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육자가 학생을 품을 수 있어야 학생들은 그 안에서 스스로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1954년 출생. 성신여고를 졸업하고 숙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91년부터 영어영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총장에 취임했다.

만난 사람=강홍준 사회1부장 kang.hongju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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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강산 2015.08.3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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