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나무아래서
김행자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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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8 11:05
목련꽃 나무아래서
김행자
메나싸스* 근처 공원에서
백목련이 때늦게 피워 낸
여린 꽃송이를 보고 있으니
탄성보다는 말간 슬픔이
목젖을 타고 오른다
아무도 눈길 안주는
중년의 목련이
허공에 검푸른 이불 한 채 두르고
살아온 날의 흔적하나
까치 밥 처럼 띄워놓고
고요한 달빛 속에 뒤돌아
앉아있네
아, 언제였던가
목련꽃 나무아래서
귓불 달아올라 가슴 콩닥거리던
흘러간 젊은 날의 봄밤이여,
일렁이는 바람 속에
가만 가만 앞가슴 풀던
수 천 수만의 꽃봉오리, 꿈이었어라
가려줄 나뭇잎 한 장 없어도
아침이면 당당히 옷깃 여미고
순백의 금언 들려주던
그 고고함 다 버리고
서걱이는 잎새들 일제히 흔들어
세월의 강 우루루 건너고 있다
*메나싸쓰: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소도시
샌디에고 정용진 시인입니다. 제가쓴 꽃의시에 선생님의 시가 실렸는데 이메일을 몰라서 못보내드리니 미주문학 홈페이지 정용진에 들려 제 커뮤니티에 이메일좀 넣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정용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