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곁에 와서야

김행자 3 5,198 2006.06.02 12:16
                               
나무 곁에 와서야




사는 것이 울적해지면
혼자 숲길을 거닐어 보라
투명한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통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보라
나무들이 저마다 탱탱히 물이 올라
가지 휘어지게 어린것들 새끼치고
애벌레 몇 마리쯤 기르고 있으리니
여직 물 한 모금 적셔 준 일 없어도
왜, 나만 보면 두 팔 벌려 반기는지
나무 곁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상처받고 돌아 온 나를
괜찮다 괜찮다 등 쓸어주며
가만히 손 내밀어 잡아주는 나무

나를 살고 싶게 하는 건
너희들의 깊고 푸른 침묵
한 생을 빛내기 위해 배경으로 남아
제 살 허무는 허공의 몸
어쩌다 간간이 잔가지가 흔들리는 것도
한 곳에 뿌리박아 어쩔 수 없는
어린 나무들을 운동시키는
바람의 눈물겨운 사랑이란 걸
나무 곁에 와서야 깨닫는다

                                        -졸시집 <몸속의 달> 12쪽. 동학사

Comments

모나미 2006.06.03 19:36
  오늘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도 산행을 강행했어요.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걸으니 자욱한 안개,새소리,노루 사슴이 뛰어노는곳,모든 병이 자연 치유되는 등산 예찬입니다.김행자님의 나무곁에 와서야 깨닫는다는 시가 체험으로 깨달아집니다.
감 초 2006.06.04 02:33
  말없이 우둑커니 서있는 나무는 바보가아니람니다.
우리들에게 침묵과 명상과 호흡을 앉겨주어 늘 내게는 친한 동무가되고있음니다.
향긋한 솔 잎을 따서 코 밑에대고, 훌쩍드리켜 쉼 쉬어보세요. 머리끝부터 발톱끝까지 시원함을 느낌니다. 그렇게 좋은 나무를 시로써 잘 묘사하신 우리 후배 동문님 참 아름답음니다. 계속 올려주시어 우리들을 잠시 휴식으로 안내해주십시요. 그리고 모나미 동문님 멋있는 산책 하심도 운동에 최고이오니 계속하십시요. 운동을 권장하는 친구가 제일 좋은 친구람니다. 숙명인들 최고, 만~~세~~
박영자 2007.02.15 22:00
  김행자 동문님! 꾸밈이 없는 순수한 언어들로 나무의 마음을 알게 하시니 너무나 아름답고,가슴이 뻐근한 동감을 느낍니다. 정말 나무의 사랑과 희생을 한없이 씹게하는 동문님의 글을 통해 깊은 숲길을 찾아 나서야 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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