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도적처럼.....
조재선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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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4 10:37
가을은 도적처럼../조재선
숨 막히는 폭염에
곤죽이 되어 버린 숲
여름 내내
목 놓아 울던 곰매미
간간이 숨소리만 들려 오고,
바알갛게 타 버린 숲은
불에 데인 상처인가
울긋불긋 단풍물이 잦아 든다.
한 여름 살가운 바람은
오늘 낯을 바꾸더니
붉은 눈물 뚝뚝 떨구는 꽃술위를
뱀처럼 유유히 밟고 지나치고,
굳은 마음 움켜 쥐었던 두 손에
가을이 도적같이 비집고 들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