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조재선 1 4,759 2006.09.18 08:38






낙엽/조재선


쉿!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

가지끝에 숨죽인 낙엽하나
밤하늘에 얼굴을 묻고 기도하고 있어

내일 아침 먼동이 트면
마지막 몸을 붉게 사루고
가지위에 다소곳 맨발을 모으겠지

바람에 몸을 맡기고 두 눈을 감으면
추억속으로 감기는 가난한 영혼
그리고,
흔적없이 처음으로 돌아 가야 하는 길

아!
끝없이 추락하다 생명줄 잡아 당기는
번지점프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쉿!
조용히 눈을 들어 봐
가지마다 낙엽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어

작은 흔들림에도 사시나무처럼 공포에 질린 모습
바람의 눈짓에 발을 헛디뎌 어지러이 추락하는 모습
미동도 없이 가부좌를 틀고 장렬히 산화하는 모습

처음 맞은 낯선 계절앞에
의연히 떠난다는 건 어려운 일일 거야

그대와 내게 오랜 세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반복되었던 건
아마도 미리 마음을 다지고 다지라 神이 내린 배려같은 거지

왜냐하면,
우리의 삶도
굵은 生의 가지에 서서 바람이 신호를 보낼 때까지
초조히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낙엽같은 존재이니까


2006.9. 8

Comments

금수강산 2006.09.19 00:12
  조재선님  아름다운 시어를 읽고 또 읽고 음미해봅니다 
우리의 삶도  언젠가는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같은 존재이니까...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군요
좋으신 분들과 인연을 맺으며 사랑을 주기보다는 받은것이 더많은  삶이기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아름다운 붉은 단풍의 영상과 시를 올려 주셔서 다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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