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길에선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조재선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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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0 02:52
피난길에선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조재선
즐비한 피난민 행렬 생사의 갈림길에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다.
맹수를 피해 아프리카 광야를 질주하는 초식동물처럼
저 헐떡이는 심장소리
짙게 드리워진 사망의 먹구름이 야금야금 뒤따라오고…
모든 것 내어 던진 맨몸뚱이 두발은 진흙탕을 긁어 대고
썩어 가는 시체라도 부여잡고 의지하고픈 애착…
아! 삶과 죽음이 오버랩된다.
먹구름이 잠식하는 순간
평안하게 몸 녹여 주는 죽음
끝없는 피난길, 그 길에서 만난 낯선 평화
들풀의 향도,
하늘의 너그러운 미소도,
대지의 온화함도 생소한 평화
그러나,
난 아직 평생을 질주하며 뛰어야 할 가슴하나 매달려 있다.
깊게 패여 주홍글씨 새겨진 화인맞은 가슴
그것이 내가 모질도록 삶을 구걸해야 할 작은 이유이니
질주의 궤도속 그 절박한 피난길에서
나는 뒤를 돌아 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