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

지난달 20일 '국내 메르스 1호 환자'가 발생한 이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는 경기에 민감한 서민들의 생활 풍경을 바꿔놓았다. 손님이 줄어든 자영업자와 무급휴가에 들어간 직장인들은 자구책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에 서 있던 택시기사는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기사는 "메르스 이후 문을 닫고 에어컨을 트는 대신 창문을 열고 수시로 환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시민들에게 괜한 공포심을 줄까 봐 마스크도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 개인택시조합은 "마스크를 쓰면 승객들이 기사가 병에 걸린 것으로 오해하거나 겁을 먹을 수 있으니 마스크를 쓰지 않는 대신 승객과의 대화를 피하고 차량 내부 환기를 수시로 하라고 회원들에게 공지했다"고 했다. 조합 측은 지난5일부터 5일간 서울 지역 개인택시 5만대에 긴급 소독도 했다.

메르스 불안으로 손님이 줄어들자 식당들은 각종 '메르스 마케팅'을 내놓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메밀 음식 전문점은 손님들에게 '면역력 강화에 좋은 잡곡, 특히 메밀 드시고 더운 여름과 메르스 이겨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만두를 공짜로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은 지난 15일부터 '우리 손님은 우리가 지킨다'는 광고를 내걸고 손님들에게 방진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가게 측은 "국내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방진 마스크 1000개를 주문했다"고 했다.

메르스로 학교가 집단 휴업하면서 학원들도 함께 단기 휴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학원들은 아이들이 집에서 자습할 수 있는 가정학습 자료를 제공하거나 주말에 보강(補講)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일대 학교가 메르스로 휴업하자, 인근 미술학원은 함께 휴업에 들어가면서 아이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미술 재료를 만들어 가정에 배달했다.

한 학원장은 "학교와 달리 학원은 휴업을 하게 되면 학원비를 빼주거나 보강을 해야 하는데 선생님들 인건비와 임대료는 그대로 나가니 다음 주부터는 수업을 재개할 생각"이라고 했다.

놀이공원도 가족 이용객이 줄자 할인 정책을 벌이고 있다. 에버랜드는 지난 5일부터 '키즈패키지'를 선보여 미취학 아동과 함께 놀이동산을 찾는 가족에게 이달 말까지 최대 40%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일부 온라인 판매 사이트는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을 절반 가까이 할인해 팔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서울 시내 일부 중소 면세점들은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한 중소면세점 직원은 "메르스로 손님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직원들을 무급으로 쉬라니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며"건설 현장에라도 나가 일거리를 찾아봐야 할 판"이라고 했다.

남정미 기자

남정미 기자

유소연 기자 |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