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추억- 김동길 교수 !!!

안정혜 0 2,183 2017.02.26 17:10

-사랑의 추억- 김동길 교수 !!!

 

몇 달 전에 일본 히로시마의 한 마을에 산사태가 일어나 산기슭에 집을 가지고 살던 여러 가구들이 토사에 휩쓸려버리는 과정에 목숨을 잃기도 하고 집이 무너지기도 하고 생활도구만이 아니라 고이 간직해온 귀중품이 유실되기도 하였습니다.

그곳의 재해대책본부는 집은 다시 세워줄 수는 없지만 잃어버린 귀중품들은 되도록 회수하여 주인이 찾아오면 돌려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70
은 넘어 80이 다 되었을 것 같은 할머니 한 분이 유실물을 찾아주는 센터에 나타나서, 사별한 남편이 살아있던 때 결혼 50주년을 맞았었는데 자기들의 살림 형편으로는 좀 지나치다고 여겨지는 고급 외제 손목시계를 하나 남편이 사주어, 그걸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산사태로 집이 떠내려가는 바람에 그
정표 잃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 센터에서는 분실되어 주인을 찾는 손목시계도 여러 개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가 찾아오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토사에 휩쓸린 시계들이라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인데 이 할머니는 그 중에서 자기가 결혼 50주년에 선물로 받은 그 시계와 비슷한 걸 하나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계를 남편이 시내의 어느 시계포에서 산 것인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시계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시계포의 주인은 사진에 나와 있는 시계를 유심이 들여다보고, 들어가서 장부도 뒤져보고 그 시계는 아무개가 어느 날 사가지고 간 시계와 같은 시계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시계는 다시 쓸 수는 없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이 할머니는 그 시계를 죽어서 남편을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손목에 차고 있고 싶었는데 그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된 것입니다.

이 할머니는 그 손목시계, 시간이 가지도 않는 그 손목시계를 남편의 무덤에 갖고 가서 묘비 앞에 놓고 한참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보는 사람의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이제는 이 할머니에게 시간을 알려줄 수도 없는 망가진 시계이지만 이 시계는 사랑을 추억케 하는 시계이고 영원이라는 시간도 있음을 알려주는 시계라고 생각하고 엄숙한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인생은 괴로우나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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