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시죠? 앞으로의 일은 더욱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치학자가
정치의 미래를 점칠 수 없고, 경제학자가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정답은 “잘 모르겠다”일 것입니다. 한국의 20대
총선의 결과를 보고 여론조사도 믿을 수 없고 출구조사도 정확하지 않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론조사가
정확 하다면 선거일을 제정하고 젊은 운동원을
동원하여 길거리에 서서 춤도 아닌 춤을 추며 광대 짓을 하게 할 필요는 없겠지요. 매우 무리고 무의미한
짓으로 여겨지고, 후보자의 고생 또한 말로 다하기 어렵습니다. 선거 비용으로 2억은 쓸 수
있고 득표율이 투표자의 10%만 되면 그 돈을 국고에서 돌려받게 된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각 지역구마다 입후보자가 저렇게 많은 것도 그런 사연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국민의 혈세를 저렇게 낭비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도덕적 불쾌감이 치솟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에 국회의원 300명은 무리한 숫자입니다. 100명의 전국구는 존재의 이유(raison d'etre)를 상실한 지 오랩니다. 국회가 전문
인력을 동원하여 점차 발전에 이바지 하도록 마련된 것이 비례대표니 전국구니 하는 것들인데 제구실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한국에는 입법을 위하여 1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소선거구를 포기하고 대선거구로 개편되지 않고는 계속 세금을
낭비하는 괴물 같은 국회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앞으로는 입후보자들의 개별적 선거운동은 금지하고 시‧도별로, 인구비례로, 의원수를 배정하여 전국적으로 TV를 통한 정견발표나 토론만이
용납돼야 합니다. 임기는 5년으로 하되 ‘소환’(recall)제도는 도입돼야만 하는데 국회의사당
가까이에 법원과 구치소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북에 인구를 감안하여 50석은
늘려야 할 것입니다. 오늘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고 휴대용 전화가 거의 ‘만능’에 가까운 이때에 구태의연한 정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20대 총선을 경험한 정당들의 얼굴빛이 달라졌습니다. 제대로
일을 안 하고 멋대로 놀다가는 어느 칼에 죽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대 총선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시금석’ 같은 것이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김동길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