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의학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여
건강하게 백세를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전에 건강한 100세 노인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송인상(宋仁相) 씨가 100세가 넘었음에도 3년 전에 세상 떠난 오재경 씨의 빈소를 찾아오셨던 일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나는 만나 뵌 적은 없지만 100세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할 뿐 아니라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일본에 다녀오신 저명 화가가 한분 계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는데 그 어른은 미국에 사셔서 한 번도 만나 뵌 적은 없습니다. 아무 활동도 못하고 요양병원에 누워서 100세를 맞이하는 노인들은
여러분 계시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습니다.
80세까지 건강하게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80세가 넘은 건강한 노인들을 우선 열 두 사람을 골라 장수회(長壽會)를 하나 만들기로 마음먹고 나와는
항상 의기투합하는 이용만(李龍萬) 장관을 만나 의논을 하면서 “내가 고문으로 있으면서 이 모임을 후원할
것이니 당신이 회장이 되시오”라고 간곡히 부탁하여 이미 반은 승낙을 받은 셈입니다.
발족할 날짜는 정하지 않았지만 우선 태어난 달이 다른 12명을 모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매달 한 번씩 생일 축하하는 간단한 ‘연회’를 베풀 수가 있는데 일단 그런 열두
사람이 규합된 다음에는 생년월일에 상관없이 80만 넘은 ‘좋은 노인’이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 회원으로 가입토록
하겠습니다. 이런 복안을 피력하였더니, 70대가 “예비회원으로 가입할 순 없을까요?”라고 조르기에 “안돼!”하며 한 마디로 거절하였습니다. 장수회의 권위를 위하여!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이런 식으로 살면 인생은 괴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인생은 아름답기도
하고 재미도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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