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이광석 !!!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은
당신 마음속에 들앉은 생각의 집이다
대문도 울타리도 문패도 없는 한 점 허공 같은
강물 같은 그런 집이다
불안도 조바심도 짜증도 억새밭
가을 햇살처럼 저들끼리 사이좋게 뒹굴 줄 안다
아무리 달세 단칸방에서
거실 달린 독채집으로 이사를 가도
마음은 늘 하얀 서리 베고
누운 겨울들판처럼 허전하다
마침내 32평 아파트
열쇠 꾸러미를 움켜쥐어도
마음은 아파트 뒤켠
두어 평 남새밭만큼도 넉넉지 못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분양받기 힘든 집은
마음 편안한 무욕의 집이다 그런 집에서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
때묻고 구김살 많은 잡념들은
손빨래로 헹구어내고 누군가가
수시로 찌르고 간 아픈 상처들도
너와 나의 업으로 보듬고 살자 어쩌랴
나의 안에 하루 하루 평수를
늘려가는 고독의 무게
지워도 지워도우리 삶의 인터넷 속에 무시로 뜨는
저 허망의 푸른 그늘을
이젠 고독밖에 더 남지 않은
쓸쓸한 비밀구좌 모두모두 열고좋은 생각으로 버무린
희디흰 채나물에 고집스런 된장찌개가
끓는 밥상 앞에 당신과 마주앉아
따스한 얘기를 젓가락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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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恨) 많은 이세상 어느날 갑자기
소리없이 훌쩍 떠날적에 돈도 명예도
사랑도 미움도 가져갈 것 하나
없는 빈 손이요,
동행해 줄 사람 하나 없으니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다 쓰고
쥐꼬리 만큼 남은 돈 있으면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다 쓰고
행여라도 사랑 때문에 가슴에 묻어둔
아픔이 남아있다면 미련없이 다 떨쳐버리고
"당신이 있어 나는 참 행복합니다" 라고
진심으로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 만나
산이 부르면 산으로 가고
바다가 손짓하면 바다로 가고
하고 싶은 취미생활 마음껏 다 하며
남은 인생 후회없이 즐겁게 살다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