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스쳐 지나가는 저녁 바람을 보았나요 -좋은글-(펌)
안정혜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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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23:38
누가 스쳐 지나가는 저녁 바람을 보았나요 …-좋은글-(펌)
바람은 창가에 말없이 놓인
잔잔한 허브 화분 곁을
잠시 서성거리며 서 있습니다
누가 바람이 서성대는 것을 보았나요
초록 잎새 끝마다 바람의 발자국이 머물러 있습니다
화분은 어머니가 놓아 둔 것입니다
저녁 바람은 다정한 어머니의 손끝과도 같이
내 곁을 꿈인 듯 스치고 지나갑니다
누가 스쳐가는 바람의 얼굴을 보았나요
저녁 바람의 얼굴에는 물기가 맺혀 있습니다
바람은 빗방울과도 같이 내 안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내 안의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그리움 곁을 살며시 스치며 지나갑니다
누가 바람의 소매 끝을 보았나요
나는 얼핏 본 것도 같습니다
그 옷소매는 아마도 보랏빛 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들에 피어 있을 이름모를 풀꽃 향기가
잔잔히 바람의 소매 끝에 스미어 있습니다
오늘 문득 저녁 바람이 보고 싶습니다
손 내밀어 바람의 소매 끝을 만져보고 싶습니다
저녁 어둠이 와락
그리움의 파도처럼 밀려드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바람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 있네요
첫사랑 처럼 무심히
나를 버리고 달아나는 바람 대신
초저녁 서쪽 하늘에는
맑은 눈망울의 개밥바라기 하나 떠 있습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 별 하나가..
새벽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는 샛별이 될 때까지
바람의 흔적은 내 안에 머무를 것입니다
그 바람의 이름은...
그리움... 입니다 - 좋은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