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너마저도 / 방석순 !!!!

샬롬 2 2,001 2013.09.12 00:41
“워싱턴포스트, 너마저도…”
2013.08.29
- 종이신문의 본격 디지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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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해온 사람들은 새삼 탄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달 초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해온 워싱턴포스트(WP)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신흥 IT 부자에게 팔렸습니다. 저물어가는 종이신문 시대의 종막을 고하는 신호처럼. 직접 구독하던 신문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신문 정보에 대한 신뢰, 신문의 영향력을 의심치 않았던 사람들에겐 상당한 충격이었을 겁니다.

1877년 워싱턴의 한 지역신문으로 출발한 WP는 1933년부터 그레이엄 가(家) 3대의 경영을 거치는 동안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투철한 신문 정신으로 뉴욕타임스(NYT)와 자웅을 겨루는 최고의 종합 일간지로 우뚝 섰습니다. 특히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보도로 닉슨 대통령이 임기 중 사퇴하면서 WP는 ‘권력 감시’라는 언론 기능의 표상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 WP도 디지털 격랑에 휩쓸려 판매 부수가 떨어지고 광고 수입이 줄어 경영난에 허덕이게 되었습니다. 2002년 76만여 부를 유지했던 부수가 2012년 47만여 부로 격감했습니다. 매출은 31% 줄었습니다. 최근 3년 연속 영업 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의 적자(5,3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WP의 80년 영광’을 이끌어온 그레이엄 가(家)의 마지막 주인 도널드 그레이엄(Donald Graham, 68) 회장은 결국 2억5,000만 달러(약 2,795억 원)에 매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른 주인이 더 잘 경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WP가 단순히 생존하는 것 이상을 원한다.” 그의 고별사에서 떠나보내는 신문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종이매체의 내리막은 국내외 구분 없이 이미 어찌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WP가 2010년 오디오 재벌에게 단돈 1달러와 부채 인수 조건으로 넘겼던 뉴스위크는 벌써 세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일간 신문은 라디오와 TV 방송 등 전파 매체에 이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세대 매체들의 눈부신 발전에 밀려 언론의 기본적 특성 중 하나인 신속 보도라는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랩니다.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수익성을 추구하다 센세이셔널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시대착오적 이념 논란에 휩쓸리기도 하면서 신뢰성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게다가 신문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은 지게로 물을 퍼 나르던 물장수만큼이나 구시대적입니다. 그런 고비용 비효율 구조로 지금껏 버텨온 것 자체가 신기해 보일 정도입니다.

우리의 지하철 풍경이 언론이 맞고 있는 시대 변화를 말해줍니다. 지하철 승객 손에서 종합 일간지가 사라진 건 오래된 일입니다. 한동안 스포츠연예 전문지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곧이어 무료 길거리신문들이 지하철을 휩쓸었습니다. 지금은 오로지 스마트폰이 존재할 뿐입니다. 한 구역 일곱 좌석에서 모두가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있습니다. 종이신문을 든 희귀 인종을 볼 수 있는 건 그야말로 희귀한 일입니다. 묵은 뉴스를 박제한 인쇄매체가 생생한 뉴스를 실감나는 동영상으로 실어 나르는 디지털 매체를 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국내외 신문들이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눈감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팔기도 하고, 자체 인터넷판을 개발해 광고 수입을 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WP의 경쟁지인 NYT는 뉴스 콘텐츠의 적극적인 유료화 전략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업계에서는 NYT의 이 같은 전략이 신문에 새 활로를 열어 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WP는 매각된 직후 “다음은 NYT 차례? WP를 위협했던 경영 압박이 NYT에도 똑같이 가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NYT가 즉각 반박했습니다. “우리는 WP보다 브랜드 파워가 훨씬 강하다. 광고와 구독 수익 확대를 통해 디지털 시대를 순항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NYT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1조 원이 넘는 구독료 수입(9억5,300만 달러)을 올렸습니다. 광고 수입(8억9,800만 달러)을 능가하는 실적입니다. 2011년부터 시행한 웹사이트의 유료화 등 콘텐츠 유료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NYT는 연간 700달러(월간 약 58달러)를 내고 종이신문을 배달받는 독자에게 온라인 콘텐츠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합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무제한 보는 경우엔 월 35달러를 받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말로 온라인 유료독자가 89만6,000명을 기록, 종이신문 구독자(71만7,000부)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눈만 뜨면 공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과연 종이신문의 온라인 뉴스 콘텐츠가 얼마나 구매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NYT 정도의 신뢰성과 권위를 갖추지 못한 신문의 콘텐츠 유료화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더욱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마침 WP의 새 주인은 천재 인터넷 사업가로 불리는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 49세)입니다. 경영난에 몰린 최고 권위의 종이신문이 맨손으로 세계 최대 인터넷 판매업체를 세운 베조스의 품에 안긴 것입니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월가(街)의 펀드매니저로 일하다가 1994년 소자본으로 아마존닷컴을 설립, 전 세계에 인터넷 서점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아마존은 지금 전자제품, 보석, 의류 등 거의 전 품목으로 판매 영역을 넓혀 지난해에만 610억 달러(약 68조1,980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베조스 자신은 252억 달러(약 28조1,736억 원)의 자산으로 포브스 선정 세계 부호 19위에 올라 있습니다.

이제 관심은 디지털 사고를 가진 베조스의 새 WP 경영방식에 쏠리고 있습니다. 그는 인수 직후 WP 임직원들에게 “WP의 원래 가치를 존중한다. 그러나 인터넷이 신문 산업의 모든 요소를 변화시키고 있는 만큼 WP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T 졸부가 지적 허영을 채우기 위해 종이신문이라는 골동품을 사들인 건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IT업계에서는 베조스가 WP의 프리미엄 뉴스 콘텐츠를 이용해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새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아마존닷컴이 독자적 수신기술 킨들(kindle)로 전자책 혁명을 일으켰듯이 신문 제작과 보급체계에도 디지털 기술을 도입, 혁신을 꾀할 것이다. 그러한 기술의 바탕 위에서 WP는 기존 고급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구독료 수입과 광고 수입으로 신문의 새 활로를 열 것이다. 아니, 종래 종이신문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매력적인 시장을 전자신문 위에 열어 놓고 상품 광고에서 판매까지를 몇 번의 클릭으로 끝내는 온라인 백화점을 구현하지 않을까.

IT 사업에서 천재적 능력을 발휘했던 그가 과연 신문 경영에서도 미다스(Midas)와 같은 솜씨를 발휘할 수 있을지. 그때쯤 신문은 아예 ‘종이 옷’ 대신 ‘전자 옷’으로 갈아입고, 구독료라는 단어는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이신문 체제로 디지털 시장 개척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라이벌 NYT의 실험과는 정반대 방향에서 디지털 기술과 마케팅 기법으로 종이신문 WP의 회생을 꾀할 ‘베조스식’ 실험에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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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샬롬 2013.09.1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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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사랑1 2013.11.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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