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홍보의 두 전문가가 뭉쳐 논문을 발표했다. 독특하고 신선한 접근에 학계가 주목했고, 학술상 수여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이들은 여기서 받은 상금을 제자들에게 쾌척했다. 우리대학 홍보광고학과 조삼섭 교수와 미디어학부 배정근 교수의 얘기다.
지난해 11월 한국PR학회가 PR학의 발전과 학문적 풍토조성에 기여하고 학회원들의 연구활동을 진작하고자 처음 시행한 제1회 한국PR학술상에서 조삼섭 교수와 배정근 교수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PR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홍보학 연구」17권 2호에 게재된 ‘정보원으로서의 광고주와 신문사의 관계성 연구 : 광고주 영향력에 대한 기자와 광고주의 상호 인식비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공동 집필 및 게재해 본 상을 받았다. 해당 논문은 심사과정에서 “시의성 높은 주제를 다양하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다뤘다”는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와 홍보 전공 교수가 만나 입체적 시각으로 논문 완성해"
같은 전공도 아니고 이전에 교류가 있었던 적도 없는 두 교수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됐을까. 조 교수는 “본인이 먼저 제의했고 배 교수가 화답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연구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한국언론학보에서 배 교수가 광고주와 신문사 간의 관계에 관해 쓴 논문을 본 뒤 관심을 갖게 돼 연락했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신문기사에 광고주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라는 공통 관심사를 줄기로, 각각 PR 담당자 혹은 광고주의 관점과 언론사 기자들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배 교수는 “매체환경의 변화로 신문사가 경영의 위기를 맞이하면서 가장 큰 재원인 광고가 보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 기자, 보도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봤지만 조 교수의 도움으로 홍보업계 관계자의 입장, 정보원의 입장은 어떤지 설문을 실시해 총체적으로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본 연구에서 가장 관건은 현직 기자들의 인식이 어떤지 설문을 받는 것이었는데 기자 생활을 오래 한 배 교수가 언론사 별로 설문지를 ‘강제할당’한 것이 주효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뜻하지 않은 수상에 욕심없이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
최우수상 상금은 무려 1천만원. 그러나 정작 상을 받은 두 교수가 손에 쥔 돈은 한 푼도 없다. 절반은 PR학회에, 나머지 절반은 우리대학에 전액 기부했기 때문이다. 액수를 떠나 가정이 있는 가장의 입장에서 선뜻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오히려 언급하기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교수 본연의 연구 활동을 하다가 뜻하지 않게 받은 돈이라서 기부하기로 했다”는 것이 밝힌 이유의 전부다. 공식적인 기부금의 명칭은 조 교수의 경우 홍보광고학과 장학기금이고 배 교수는 명언재 지원기금이다. 모두 후학양성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함께 논문을 쓰고 발전기금 쾌척에도 뜻을 모은 두 교수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교직에 입문하기 전 관련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인 출신이라는 것. 조 교수는 제일기획 PR팀에서 7년간 근무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PR로 유명한 미시간대학과 플로리다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Texas Tech University에서 조교수를 역임했다. 조 교수는 “회사의 연수휴식제도를 이용해 PR분야의 전문지식을 쌓고자 나갔다가 연구와 교육에 흥미를 느껴 아예 눌러앉은 셈”이라며 “처음 숙명여대에 왔을 때 외국학생들과 다른 학생문화와 여대생만 가득한 강의실 환경에 어색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PR학회 총회에서 16대 한국PR학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한 조 교수는 우리대학 다문화통합연구소장도 겸임하는 등 최근 들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배 교수는 한국일보에서 24년간 근무하며 논설위원까지 지낸 정통 언론인 출신이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뒤 교수임용까지 된 흔치않은 케이스다. 그는 우리대학 언론고시 준비반인 명언재 주임교수를 맡아 수많은 숙대 출신 언론인을 배출시키기 시작한 장본인으로, 명언재 역사를 본다면 그가 담당을 맡기 전과 후로 구분해 봐야할 정도다. 배 교수는 “학교에 와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은 언론사에 숙대생들을 많이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며 “학교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고 결과도 좋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시대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소통이다. 우리대학도 매학기 학생지도의 날을 개최하며 사제 간에 소통의 기회를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두 학자들은 제자들과 어떤 소통을 하고 있을까. 배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가끔 연구실로 학생들이 찾아오는데 대부분 자신의 처한 여러 환경에 좌절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학생 입장에서 들어주고 상담을 하다보면 ‘교수님 얘기를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며 감사 인사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교수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 교수는 ‘도전하는 학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 미국 앨라배마대학에 석사 과정을 떠난 제자가 있다. 미국 대학에서 석사는 장학금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한 친구라 추천서를 써주면서도 정말 뿌듯했어요. 그렇게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두 교수는 각자 올해 맡은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조 교수는 현재 맡고 있는 다문화통합연구소의 학술지를 한국연구재단에 등재후보로 올리고 법무부 위탁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 전념할 생각이며, 배 교수 역시 연구와 더불어 명언재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사심을 담아 두 교수에게 대학 홍보의 정도(正道)를 물었다. 전문가의 송곳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야 포장도 살아나는 법입니다. 먼저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면 자연스레 성공하는 홍보가 따라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