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탈북 청소년 위한 영어교육 배려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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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혜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
6월 말 현재 국내 거주 탈북자가 2만4000명에 육박하고, 수만 명이 중국 등에서 입국대기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국내 정착 과정에서 영어교육 결여로 인한 어려움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탈북자들은 조기영어교육, 영어전용수업, 영어연수 등 가히 '영어 광풍'이 불고 있는 남한 사회에서 매서운 뭇매를 맞고 있는 셈이다. 더 늦기 전에 탈북자 대상 영어교육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이민자 언어정책 변화는 탈북자 영어교육과 관련하여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60년대 후반까지 미국에는 뚜렷한 이민자 대상 언어정책이 없었으나, 이민자 자녀의 학교 중도포기와 일탈행동 급증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되자 적극적인 언어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이민가정 학생을 위한 영어교육이 의무화됐고, 도시마다 다양한 이민자 대상 영어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다. 이민자를 위한 언어정책과 지원의 부재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국가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인식한 결과이다.
탈북자 대상 영어교육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정부는 탈북자 영어교육에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지원책을 펴야 한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지방자치단체, 영국 및 캐나다대사관에서 제공하는 무료영어프로그램이 소수 있기는 하나 탈북자들의 영어장벽을 해소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영어교육 경험과 인프라를 상당 수준 갖추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 방과 후 프로그램, 영어마을, 대학의 교육봉사프로그램 등과 연계하여 다양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탈북대학생과 영어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1대1로 연결시키는 영어공부 맞춤형 도우미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취업이나 남한 생활에 적응이 필요한 경우 실생활에서 요구되는 정도의 간단한 영어교육 제공 등으로 대상에 맞는 미시적 대책이 요청된다. 또한, 기존 탈북자 영어교육에서 간과되고 있는 새로운 자아정체성 확립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세뇌교육으로 미국과 영어에 대한 반감이 자아정체성에 깊이 박혀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탈북자 영어교육은 이들의 영어에 대한 반감을 파악하고 그것을 털어내도록 돕는 노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탈북자를 위한 영어교육은 통일시대 대비 차원에서 보다 진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