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학생 13명 위해 별도 '속기록 강의실' 개원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숙명여대의 한 강의실.
100여명의 학생들이 앉아 교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며 분주히 메모하는 모습은 여느 대학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강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강의실 정면의 스크린은 낯설었다. 강의실 한쪽에서 교수가 쏟아내는 모든 말을 꼼꼼히 받아적는 전문
속기사가 상주해 있는 것도 보통 강의실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24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이곳은 모든 수업 내용을 실시간으로 기록해 보여주는 '속기록 강의실'로, 청각장애 학생이 수강하는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미술대학에 특별히 고안된 공간이다.
학교 측은 미대에 2곳의 속기록 강의실을 마련해서 한 달여 시험 운영을 마치고 21일 첫 정식 수업을 진행했다.
속기록 강의실에서 첫 강의를 들은 100여 명의 학생 중 청각장애인은 조민희(한국어문학부 2년)양 단 1명.
문과대학에 속기록 강의실이 없는 탓에 나머지 비장애 학생들은 조양을 위해 멀리 미대까지 와서 문과 전공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조금도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조양은 수차례 "학생들을 먼 곳까지 오게 해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다른 학생들은 "강의를 들으며 속기록까지 볼 수 있어 더 집중이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강의실은 숙대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 학생 13명을 위한 것이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6명이 미대생들이어서 속기록 강의실은 모두 미대 건물
안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