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의 허전함, 한인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와 권익 발전 위한 노력으로 채우겠습니다."
지난 3일 월드미션대학에서 열린 '고 강영우 박사 2주기 추모예배' 참석차 지난 2일 LA를 방문한 석은옥 여사를 3일 LA한인타운 한 호텔에서 만났다.
동양인 최초로 부시 행정부 장애인 정책 차관보, 유엔 세계 장애 위원회 부의장, 루즈벨트 재단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주류사회에 우뚝 선 자랑스런 한인 고 강영우 박사 뒤에는 '내조의 여왕' 석은옥 여사가 있었다.
1961년 숙명여대 영문과 1학년 재학 당시 봉사활동 중 강영우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췌장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2012년까지 그의 왼팔은 일평생 시각 장애인이었던 남편의 차지였다.
남편을 처음 만난 그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석여사는 그 당시를 '나의 삶을 바꾼 시점'이라고 회상했다. 무남독녀로 태어나 형제가 없던 석 여사는 강 박사와 6년간을 친오누이처럼 지냈다. 결혼 적령기에 들어 선을 볼 때도 시각장애인 동생(?)이 있어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았다고.
"1살 연하의 시각장애인과 결혼이란 큰 결심 후에는 남편에 대한 존경과 신뢰, 믿음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게 했고, 이는 즐거움으로 뒤바꿀 수 있는 힘이 됐다"
결혼 후에도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인디애나주 정부 특수교육국장이 되기까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동시에 강 박사의 눈이 돼주었다.
박사 학위를 받고 금의환향을 기대한 한국행에서 냉담한 현실에 좌절했을 때, 운전면허를 딴 지 2주 만에 허름한 차를 타고 450마일을 12시간을 넘게 운전해서 인디애나로 가던 때 등 힘들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석 여사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51년 간 남편의 눈과 발이 돼주었다. 반 백년을 넘게 남편을 지탱해주던 왼팔이 이제는 조금 허전하다"는 석씨는 이제 그 허전함을 자라나는 한인 시각장애인을 위해 쓰려고 한다. 그는 현재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 강영우 장학회 이사장과 한인 여성 봉사 단체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한국에서 강 박사의 모교 서울맹학교 대학 진학생 11명과 특수교사 및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학생 등 총 14명에게 장학금을 전달, 학업에 필요한 기초 장학금 지급 및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제2의 강영우가 될 인재를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남편을 만나 멋있는 사랑을 했고, 최선을 다해 행복한 가정을 이뤄 훌륭한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다시 태어나도 또다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