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혜총장 왜 공과대학 신설에 나섰나요 !!!

숙명사랑1 1 2,679 2015.03.06 23:43
2015-02-13 

▲ 1월 22일 오후 만난 황선혜 총장은 자타공인 소통형 총장이었다. 황 총장은 “총장이 먼저 대학 구성원들의 입장에 서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숙 명여대가 내년 창학 11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여대 유일의 기업가센터 주관 대학으로 청년 창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숙명은 내년 3월 여성 공학 인재를 길러내는 공과대학을 신설한다. ‘여성 교육을 통한 구국’이라는 꿈을 바탕으로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해온 이 대학이 창의적 융합 인재를 길러 우리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황선혜(61) 총장이 있다. 지난 1월 22일 만난 황 총장은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여성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작지만 강하고 유연한 대학’. 그가 지향하는 숙명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자타공인 소통형 총장답게 철학도 분명했다. 그는 “총장의 생각을 전달하고 상대를 이해시키려고 하기 보다 총장이 먼저 대학 구성원들의 입장에 서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말했다.

2012년 9월 총장으로 취임한 후 2년 반 동안 가장 신경 쓴 것도 소통이다. 재학생이든 교수든 교직원이든 참 자주 만났다. 단과대별 피자 파티 등 ‘웃음꽃피자’(웃음꽃을 피우자) 파티도 2주일에 한 번씩 했다. 황 총장은 “사람들을 두루 만나 열심히 들었다. 또 좋은 의견은 대학 경영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통의 결과는 A+였다.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하는 국가고객만족도 사립대 부문 순위가 매년 올랐고 올해는 3위를 차지했다.

-왜 공과대학 신설에 나섰나요.

“대학의 구조 개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 대학도 미래지향적인 학제 개편을 추진 중입니다. 우선 여성 공학 인재를 원하는 사회적 수요에 맞춰 공대를 짓게 돼요. 현 정부도 여성 공학도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요. 국가가 주도하는 미래 인재 양성 계획에 우리 대학이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곧 공대신설추진단을 구성해 봄학기 중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입니다.”

-학과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IT 분야는 인문·사회나 과학, 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핏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물 인터넷으로 쭉 연결되고요. IT와 화공생명, 신소재 영역의 공대를 신설하는데 둘다 여성 일자리가 많이 나올 수 있는 미래 유망 직종입니다. 첨단분야인데 여성친화적이면서 기업친화적이죠. 화공생명공학과부와 멀티미디어학과가 IT공학과로 명칭을 바꿔 포함되며 관련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입니다. 양질의 과학기술 인력을 키워내면 여성들이 경력단절이 되더라도 ‘괜찮은 일자리’로 재취업할 수 있어요. 과학기술의 첨단화는 또 우리 사회의 과제이기도 해요.”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교류와 융합을 시도하는 교수포럼을 만들어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또 교육과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교육과정인증평가원(가칭)도 세울 계획이에요. 교육체제·품질관리 인증제를 시행하고 명품 강좌를 육성해 우수한 인재를 키울 것입니다.”

-지난 2년 반의 성과를 ‘중간 평가’ 해주시죠.

“‘대규모온라인공개수업(MOOC)’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교육부로부터 교육역량 강화 지원대학 우수 사례에 선정됐습니다. 또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반 스마트 캠퍼스로 인프라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죠.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제 평가 우수 대학 선정 등 우수한 교육 역량을 여러 기관에서 인정받았어요. 대학 구성원들의 헌신과 열정 덕분이죠. 학제 개편을 주도하면서 교육과정의 품질 제고 방안, 학생들의 전공 선택 확대, 공대 신설 등 여러 성과가 있었어요. 앞으로 더 할 일이 많습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학내 프로그램으로 무엇이 있나요.

“올해는 분단 70년,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통일 시대도 여성이 이끌어 가야죠. 이번 1학기부턴 ‘생활 속의 북한 알기’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수진들이 북한 시장, 대학생들의 학교활동, 패션 등 생활과 밀착된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우리 학생들의 이해의 폭을 넓혀갈 것입니다. 또 음악대학을 주축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음악회도 열 것입니다.”

▲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소재 4년제 여대 가운데 숙명이 취업률 1위를 차지할 만큼 취업 역량이 우수하다”고 자부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숙명여대는 한국 최초의 민족 여성사학으로 1906년 대한제국 황실의 순헌황귀비(엄비)가 건립한 명신여학교가 모태다. 여성성이 누구보다 강했던 숙명이 공대를 짓고, 여성 창업가를 키우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21세기 미래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다.

황 총장은 인터뷰 도중 “대학 총장이란 직분이 너무 무거워서 사실 평소엔 무겁지 않게 생각하려고 애쓴다”며 웃었다. 그런데 ‘워커홀릭’인 그가 말처럼 그랬을지는 의문이었다.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8년 여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91년 모교 영어영문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부임 직후부터 10년 내내 보직 교수로 일했다. 국제어학교육센터장, 학생처장, 특수대학원장, 문과대학장을 맡아 학교 구석구석 안 가본 데가 없었다. 그는 “‘일주일에 6일은 밤 9시 전에 퇴근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일하다 보니 10년이 휙 가더라”며 웃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충남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를 지낸 남편 박성우씨의 든든한 외조가 큰 힘이 됐다.

-해외 대학들과 어떤 교류·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나요.

“작년에 중동 지역 주요 여대들과 협정을 맺고 이슬람권과의 교류 확대에 나섰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여대인 프린세스 노라 빈트 압둘 라흐만 대학에 국내 대학 최초로 행정지원팀을 파견해 우리 대학의 앞선 행정 시스템과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어요. 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여대와 협정을 맺어 학생 교류와 교수 연구 교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왔다는 엠마 프랑수와즈 이숨빙가보 주한 르완다 대사가 학교에 찾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프리카에도 엄청 변화의 물결이 거세더군요.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여성들이 맹활약하고 있고요. 해외 대학뿐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아프리카 여성 교육에 관심을 갖고, 약자들을 돕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요즘 새롭게 시작한 교육 프로그램은 뭔가요.

“지난해 ‘미리 쓰는 자서전 프로젝트’와 ‘숙명아너스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미리 쓰는 자서전’은 신입생 때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자서전을 집필해 미래를 스스로 계획하는 인생을 그리라는 의미입니다. ‘기록했던 시간만큼만 우리는 인생을 산 것’이라는 말도 있듯 자신의 드라마를 충실히 기록하자는 것이죠. 공모전 형식으로 시작했는데 점차 대상을 넓힐 계획입니다. 숙명아너스 프로그램은 우수 학생을 선발해 외국어, 리더십, 스피치,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교육을 시행하는 인재 양성 코스입니다. 신입생 때 선발되면 4년 동안 철저한 교육 훈련을 받게 돼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죠.”

-차별화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시죠.

“서울 소재 4년제 여대 가운데 취업률 1위를 차지할 만큼 취업 역량이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기업 CEO나 임원, 전문직 종사자를 초청해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돕는 자문위원 멘토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봄학기에는 멘티로 참여했던 졸업생들이 후배들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부터 인성교육, 취업 지도까지 멘토링해줄 예정입니다. 지금 다들 기업 중간 관리자가 돼 있거든요. 또 1~2학년에 배운 전공 교과목을 바탕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과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해결하는 정규 교과목인 캡스톤디자인도 개설할 예정입니다.”

-중소기업청의 기업가센터 주관 대학으로 선정됐는데요.

“스탠퍼드, 하버드, MIT 같은 미국 명문대들은 학내 기업가센터를 통해 우수한 청년 기업인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도 기업가센터 주관 대학으로 선정돼 3년간 20여억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을 받게 됩니다. 교육과 창업의 효율적인 연계 시스템을 만드는 데 전력을 쏟고 있어요. 국내 처음으로 지난 학기에 운영을 시작한 캐시 클래스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직접 창업 자금을 지원해 상상 속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여성 스티브 잡스, 여성 빌 게이츠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는 거죠.”

-지난해 기업컨설팅기관인 IGM과 함께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시작한 것으로 압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돼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학력 여성들을 대상으로 재취업 아카데미를 운영했습니다. 오는 2월 졸업식이 열려요.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고 취업까지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이라 대기업 중견간부나 언론계,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거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높았어요.”

-1월 17일 서울지역 6개 여대 총장이 황우여 부총리와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여대총장 모임도 결성하셨다고요.

“여성 이공계 양성을 위한 적극적인 교육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어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남성리더십보다 포용과 배려를 통해 다른 이들을 이끌어가는 여성리더십이 각광받는 시대입니다. 여성 리더를 키우는 여대의 역할은 지금 시대에도 유효하죠. 우리 대학은 2004년부터 교육부의 리더십특성화 대학으로 지정된 명실상부 여성 리더 양성 기관입니다. 이곳에서 숙명의 정신을 배운 10만의 동문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여성리더십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인생은 살 만한 것’임을 경험하길 바란다”며 “때때로 실패하겠지만, 실패가 밑거름이 되면 ‘나’라는 나무에서 꽃이 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총장 앞에 학사모를 쓴 숙명 캐릭터 ‘눈송이’ 인형이 귀엽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금은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무크·MOOCs)가 전 세계의 대학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시대다. 국내 대기업 연구소도 최첨단의 기술, 양질의 지식을 만들어낸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석학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오프라인 대학의 존재 가치는 뭘까.

황 총장은 “2030∼2050년에 미국에서 오프라인 대학이 200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며 “대학은 분명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인생은 살 만한 것’임을 경험하길 기대해요. 수업에서는 도전적인 과제의 결과를 놓고 교수님께 칭찬을 듣거나 꾸지람을 들을 수도 있어요. 사회봉사를 통해 나눔을 배우기도 하겠지요. 남자친구를 만나 사랑하다 헤어질 수도 있어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맛볼 수 있는 많은 것을 배우고, 그 경험이 행복한 경험으로 녹아났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너무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충실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때때로 실패하면 행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밑거름이 되면 ‘나’라는 나무에서 꽃이 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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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사랑1 2015.03.0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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