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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대학 지하를 거닐다 보면 한쪽 벽면을 따라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주는 차가운 공기를 따스하게 바꿔주는 작은 갤러리다. 여기에 걸린 그림들은 모두 우리대학 가정학과를 졸업한 황젬마 동문이 기증한 작품이다. 황 동문은 지난 7월 25일 개인소장 중이던 유화 네 점을 기증해 또 한 번 모교사랑을 보여줬다. 그림들은 대부분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출품된 수천만 원대의 작품들이다.
황젬마 동문은 1959년 우리대학 생활과학대학의 전신인 가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전공을 살려 현지에서 영양사로 일을 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다양한 사회활동과 기부로 동문회는 물론 교민사회에서도 존경받고 있다. 현재 우리대학 미주총동문회의 고문으로 있으며, 지난 5월 거행되었던 미주총동문회 행사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진행을 도와 성공적인 개최를 이끌었다.
황 동문의 기부 역사는 깊다. 지난 1996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30억 원에 달하는 발전기금을 쾌척했다. 지금의 숙명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단단한 주춧돌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숙명인이라면 황 동문의 이름이 낯설 수 없다. 약학대학 재학생은 물론, 제2창학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을 일이 없는 숙명인이라도 학교를 다니며 ‘젬마홀’이라는 이름은 몇 번씩이나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에 갤러리가 들어선 공간 역시 젬마홀 앞이다. 젬마홀은 2000년 황 동문의 기부로 건립된 강의실로서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SMAIF(Sookmyung Alumnae International Foundation)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SMAIF는 해외에 거주하는 동문을 대상으로 발전기금을 모금하여 모교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으로, 황 동문은 재단설립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설립멤버다. 해외동문들이 뜻을 모아 모교에 기금을 기탁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미주동문회는 2002년 SMAIF를 설립하고 오랜 준비 끝에 2008년 미국 정부로부터 기부를 위한 비영리 기부재단으로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수천 명의 학생들이 21C여성리더양성기금을 수여받았다. 공식적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1년부터 따져보면 500명 이상의 재학생에게 장학금이 돌아갔다.
늘 학교를 생각하고 모교 발전을 위해 애쓰는 황 동문에게 ‘숙명’이란 어떤 의미일까. 처음 기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의 평생소원은 “모교 숙명이 세계 명문여자대학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황 동문의 지향점이요 기부철학이다. 그래서 그의 모교사랑을 보고 있으면 우리대학의 교목인 소나무가 떠오른다. 사시사철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학교발전을 위해 애쓰는 황젬마 동문, 한결같이 올곧게 원로동문으로서 자리를 지켜주시기를 기대한다. 황젬마 동문을 비롯, 모교사랑을 실천하는 많은 동문들 덕분에 숙명은 앞으로도 한 해 한 해 신록을 더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