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빨간 벽돌집 시 이정자
해마다 봄이 오면 개나리 먼저 피어나 노란 그 꽃무리 속으로 어김없이 내 젊은 날의 초상화 한 폭 떠오른다 첫돌배기 등에 없고 세 살 아이 손잡고 몸도 마음도 지친 갓 서른 살 새내기 엄마 터벅터벅 셋방 구하러 나섰던 길 그날 오후 햇살은 또 왜 그리 나른하게 내렸는지 아이도 엄마도 지쳐 철퍼덕 길섶에 주저앉아 망연히 올려다 본 언덕 위의 빨간 벽돌집
저희들끼리 너울거리며 눈빛도 정겹던 하얀 돌 축대 위로 흐드러지게 늘어짖 노란 개나리 그래서 더욱 눈물나던 서울 특별시 성북구 장위 1동 쳐다볼수록 아득히 멀어져 가며 궁궐처럼 보이던 그때 그집 언젠가 꼭 한번 찿아가 한 사흘 혼곤히 잠들어 보고 싶어지는
언덕 위의 빨간 벽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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