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빨간 벽돌집 시 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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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 위의 빨간 벽돌집      시  이정자

        

 

 해마다 봄이 오면

개나리 먼저 피어나

 노란 그 꽃무리 속으로 어김없이 내

젊은 날의 초상화 한 폭 떠오른다

첫돌배기 등에 없고 세 살 아이 손잡고

몸도 마음도 지친

갓 서른 살 새내기 엄마 터벅터벅

셋방 구하러 나섰던 길

그날 오후 햇살은 또 왜 그리 나른하게 내렸는지

아이도 엄마도 지쳐 철퍼덕 길섶에 주저앉아

망연히 올려다 본

언덕 위의 빨간 벽돌집

 

저희들끼리 너울거리며 눈빛도 정겹던

하얀 돌 축대 위로 흐드러지게 늘어짖 노란 개나리

그래서 더욱 눈물나던

서울 특별시 성북구 장위 1동

쳐다볼수록 아득히 멀어져 가며

궁궐처럼 보이던 그때 그집

언젠가

꼭 한번 찿아가

한 사흘 혼곤히 잠들어 보고 싶어지는

 

언덕 위의 빨간 벽돌집 


 

 

 

 

 

 

이정자 시인
경남 합천 출생 숙명여대 상학과 졸업 1984년 미국 이주
1998년 "워싱턴문학" 신인상 수상 2002년 "문학시대" 등단
2010년 시집 - 사막에 핀 풀잎의 노래 -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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