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열매 시 /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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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열매         시 / 김송희     

 

행운이었을까, 불운이었을까

내 가족과의 끈만큼

이건 천운인지, 땅운인지 그나마 알 수 없다

 

매일 달력 속의 숫자와 눈싸움을 하며

이제는 중요할 것도 없는 하루살이

흐르는 시간 속에

눈에 잘 뜨이는

일주일분의 약 케이스를 점검한다

 

일요일부터 시작하는 빈칸을 헤아리며

한 달분의 약통으로

또 일주일분의 약들을 채운다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다른

이 포기와 체념 속에도

늘 약들은 눈부시게 살아있다

 

약의 갯수가 늘어났다

얼마큼 더 살아야

내생명줄을 잡고 있는

이 강렬한 힘을 이겨낼 수 있을까

 

나의 삶은 바로 방부제가 없는 멍청이의 뿌리다

슬픔도, 고통도 없는 천연의 열매다

세상공기에

연약한 유기농열매다



 


김송희 시인      
 숙명 여대 국문과 졸업(63)    현대문학에 서정주 선생님 추천으로 문단 등단
시집 /  사랑의원경(1963)  얼굴(71) 얼굴 먼 얼굴(82) 이별은 고요할수록 좋다 (2014)
수필집 /  뉴욕에 살며 서울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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