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열매 시 / 김송희
행운이었을까, 불운이었을까 내 가족과의 끈만큼 이건 천운인지, 땅운인지 그나마 알 수 없다
매일 달력 속의 숫자와 눈싸움을 하며 이제는 중요할 것도 없는 하루살이 흐르는 시간 속에 눈에 잘 뜨이는 일주일분의 약 케이스를 점검한다
일요일부터 시작하는 빈칸을 헤아리며 한 달분의 약통으로 또 일주일분의 약들을 채운다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다른 이 포기와 체념 속에도 늘 약들은 눈부시게 살아있다
약의 갯수가 늘어났다 얼마큼 더 살아야 내생명줄을 잡고 있는 이 강렬한 힘을 이겨낼 수 있을까
나의 삶은 바로 방부제가 없는 멍청이의 뿌리다 슬픔도, 고통도 없는 천연의 열매다 세상공기에 연약한 유기농열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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