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각 시 이정자
초가집 마당 한가운데 대나무 평상 놓이고 찐 옥수수 내음 달큰하고 삼베적삼에 꼬질꼬질 땀내 절은 이웃들 모여 올해는 분명 풍년의 징조 보인다며 떠들썩 모깃불 연기 사이로 은은하던 열사흘 달빛
재미없는 어른들 얘기 듣다가 나는 아버지 무릎에서 까무룩히 잠들고
아버지 품에 안겨 댓돌을 올라 대청마루 모기장 속에 옮겨지며 이대로 동네 한 바퀴 돌았으면 그냥 이대로 새벽이 왔으면 잠든 척 축 늘어트린 내몸이 둥 둥 공중에 떠서 황홀하게 흔들리는 요람이었다 청솔가지 타는 냄새 같기도 한 싸한 도시 냄새 같기도 한 포근한 아버지의 가슴 처음 내게로 온 사랑의 느낌은 아버지 품 속에서 요람을 타고 건너와 나를 에돌고 있는 그런것이었다
대처에 나가 계시던 아버지 오신 그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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