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시 이정자 애꿎은 쌀독 긁는 소리 새벽을 깨우면 강아지 새끼들처럼 얽혀 잠든 아이들 무명이불 덮어 다독여 주고 똥장군 지고 싸리문 나서면 어스름 서럽게 내려 어서 커서 오진 보리이삭 패어라 철퍼덕 철퍼덕 새싹에 거름을 주며 몸짓도 흔적도 없이 얼음장 녹아 물 소리 잦아드는 개울 짬에 도둑처럼 숨어들어 모질게 얼굴 내밀 보릿고개여 제발 목숨만은 앗아가지 말아다오 희끗 희끗 눈 덮인 밭이랑 사이로 한을 풀어 던지셨던 오늘 꾹꾹 눌러 고봉밥 퍼 담으며 가슴 벅차 오르실 흰 옷 입고 가신 아버지, 아버지 우리들의 아버지 |
이정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