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에서 시 이정자
그해 여름 무덥던 한나절 어머니 치마폭 잡고 등 너머 목화밭에 가서 당신은 솜사탕처럼 피어 있는 목화를 따셨지요 어린 나는 달디단 다래를 따 먹었고요 개울 옆 푸섭에선 푸드득 산꿩이 날고 산허리 질러와 땀방울 훔쳐가던 솔바람 어머니 목화송이 벙글은 액자 속 그림 같은 정원에 앉아 꿈꾸듯 눈을 감습니다 석 새* 베에 열두 새 솜씨라며 간곡히 이르시던 그 말씀 왜 이리 사무쳐 오는지요
*피륙의 날을 세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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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