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감상 : 정끝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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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새벽 교회당 구석에서, 간절히 내뻗은 자신의 두 손을 부여잡고 고개를 떨군 채였다.
소리 없이 일렁이는 가파른 등에서 겨울 바다 냄새가 났다.
지난밤 내내 뚝 끊긴 생의 절벽 앞에 서 있다 온 사람의 등이었다.
인간은 기도할 줄 아는 사람과 기도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구분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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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가슴에 새를 품고 산다,
미지라는 한 마리 새를. 삶에 대한 자신의 의지 혹은 희망을 우리는 그렇게 부르는 것이리라.
그 새를 잊지 않고 간직한 사람은 미지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자이다.
그러나 미래의 새를 잃어버린 사람은 '겨울 바다' 앞에 서기도 한다.
그곳은 절망의 끝 혹은 허무의 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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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던 미지의 새들은 죽어 있고 매운 바닷바람에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린,
허무라는 마음의 불(心火)로 불붙은 겨울 바다.
그 죽음의 공간에서 시인은 시간의 힘을 깨닫는다.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말도,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를 맑게 깨우치고 우리를 키우는 건 세상을 항해 '끄덕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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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시간을 견뎌내는 데서 비롯된다.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해달라는 심혼(心魂)의 기도는,
저 차디찬 바다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인고의 물기둥'을 세우는 일이었으리라.
'허무의 불'을 '인고의 물'로 버텨내는 것이야말로 시간의 힘이고 기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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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80) 시인은 기도하는 시인이다.
팔순을 맞이하여 어언 60여 년의 시력(詩歷)으로 간구해온
그의 시편들은 사랑과 생명과 구원으로 충만한 기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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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설일(雪日)')를 낭독하는,
떨리는 듯한 그러나 결기 있는. 시인의 목소리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