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나무아래서

김행자 3 6,267 2006.05.28 11:05
목련꽃 나무아래서
     
김행자


 메나싸스* 근처 공원에서   
 백목련이 때늦게 피워 낸
 여린 꽃송이를 보고 있으니
 탄성보다는 말간 슬픔이 
 목젖을 타고 오른다 
 아무도 눈길 안주는     
 중년의 목련이       
 허공에 검푸른 이불 한 채 두르고
 살아온 날의 흔적하나           
 까치 밥 처럼 띄워놓고 
 고요한 달빛 속에 뒤돌아
 앉아있네             
                                         
 아, 언제였던가
 목련꽃 나무아래서 
 귓불 달아올라 가슴 콩닥거리던
 흘러간 젊은 날의 봄밤이여,
 일렁이는 바람 속에
 가만 가만 앞가슴 풀던
 수 천 수만의 꽃봉오리, 꿈이었어라
                                     
 가려줄 나뭇잎 한 장 없어도
 아침이면 당당히 옷깃 여미고
 순백의 금언 들려주던
 그 고고함 다 버리고
 서걱이는 잎새들 일제히 흔들어
 세월의 강 우루루 건너고 있다
                         
                             
                          *메나싸쓰: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소도시 



Comments

경숙이 2006.05.29 08:53
  우리 숙명 홈페이지를 처음 방문하신 동문시인이신것 같네요. 제가 대학다닐때 김남조 교수님의 세미나에 참석해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막히지 않는 청아한 목소리와 자태로 걸러진 언어로 고운말만 쓰시던 그 시간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 쪽 방면으론 문외한이지만 좋은 시를 대할땐 언어의 마술사인 시인을 존경하게 되네요.
reporter 2006.05.29 18:06
  김행자님! 자작시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메나싸쓰에 사시는 동문님이신지요?? 우리들의 이 작은 방이 우리 동문님들의 미국생활에 활력소가 되기를 바라오며 ,그곳 동문님들 소식도 기다리겠읍니다...^^
정용진 2006.08.04 21:43
  김행자 시인께
샌디에고 정용진 시인입니다. 제가쓴 꽃의시에 선생님의 시가 실렸는데 이메일을 몰라서 못보내드리니 미주문학 홈페이지 정용진에 들려 제 커뮤니티에 이메일좀 넣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정용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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