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프리드리히 폰 쉴러(배동인 옮김)
아, 차가운 안개 깔린 이 골짜기의 밑바닥에서 나갈 길을 내가 찾을 수 있다면 아, 얼마나 행복할까! 저기 나는 아름다운 언덕을 바라보노니, 영원히 젊고 영원히 푸르른 곳! 내가 도리깨를 가졌다면, 내가 날개를 가졌다면, 그 언덕으로 나는 가겠건만.
화음이 울림을 나는 듣노니, 달콤한 하늘 고요함의 소리로다. 그리고 가벼운 바람이 나에게 향기를 불어오고, 금빛 열매가 어두운 잎 사이로 눈짓하며 작열하고 있음을 나는 보노니, 저기 피어나는 꽃들은 겨울도 침노하지 못하리.
아, 저기 영원한 햇빛 속에 지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리고 저 높은 곳에 공기는 얼마나 상쾌하리! 그러나 강물의 격동이 나를 막아 그 사이에 휘몰아치며 분노하노니, 그 물결은 솟아오르고 나의 영혼은 늙어가누나.
작은 배가 흔들거리고 있음을 나는 보지만, 그러나 아, 뱃사공이 없구나. 곧장 그 안에 들어가 흔들림 없이 돛을 올려 떠난다. 너는 믿어야 하고 용기를 내야 한다. 신들은 빚을 주지 않으니, 오로지 기적이 너를 아름다운 이상향으로 옮겨갈 수 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