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4.7.5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의 대학을
찾아 젊은이들을 상대로 특별강연을 했다.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특별 강연에는
서울대 재학생과 교직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젊은 청중을 향해 "청년은 중·한 양국의 미래이자 아시아의 미래"라며 "서로 배우고 창조하며 우정을 쌓아서 중·한(中·韓) 친선의 충실한 계승자가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남북한 통일에 대해 시 주석은 "한반도의 양국 관계가 개선되길 희망하고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이 최종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남북 양측이 힘을 합쳐 남북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한반도의 자주적인 평화통일이 꼭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 주석은 먼저 양국의 우호적인 역사를 강조했다. 그는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담(美談)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중국에서 입적했던 신라 왕족 출신의
김교각, 당나라에서 벼슬을 했던 최치원, 중국에서 27년 동안 독립운동을 했던 김구,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만든 정율성
등 역사 속 인물들을 거명했다. 그는 "(양국은) 수천 년을 걸쳐 누구보다 두터운 정을 쌓았다"고 했다.
시 주석은 "20세기 상반기에 야만적인 침략 전쟁이 벌어지고 대일(對日) 항쟁이 가장 치열했을 때 (양국은) 생사를 같이하고 서로 도왔다"고 했다.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환기시킨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이 추구하는 '미래'를 세 가지
차원으로 설명했다. 평화를 수호하는 국가이며 협력을 추진하는 국가, 겸허하게
배우는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시 주석은 "화(和)는 귀한 것이다. 천하태평, 천하대동은 (중국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면서 "일시적인 대책이나
외교적 용어가 아니라 미래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내린 결론이고, 실천적 자신감과 행동의 유기적 통일"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중국은 우리를 위해 남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개발도상국들이 대외정책의 토대로 삼고 개발도상국이 믿을 만한 진정한 친구이자 영원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우리는 잘해왔지만 자만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천하의 하천을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포용적인 자세로
세계의 모든 소리를 경청할 것"이라며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다양성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이어 시 주석은 한·중 관계의 '미래'로 넘어갔다. 그는 우선 '의리(義理)'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중화 민족은 의리를 바탕으로 산다. 군자는 의(義)를 바탕으로 삼는다고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작년 방중(訪中)한 박 대통령이 비즈니스 포럼에서 한 중국어 연설에서 '먼저 친구가
되자, 그리고 장사를 하자'고 했는데 이는 선의후리(先義後利)의 사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예부터 태극권 문화이고
한국의 국기는 바로 태극기다. 우리는 음과 양이 상생하고 강함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지는 것처럼 잘 어울린다"고 했다.
강연 말미에 시 주석은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한국민이 중국에 성금을 전달한
사례, 중국인이 한국에 골수 기증을 한 사례도 거론했다. 시
주석이 "'별에서 온 그대'를 비롯한 한류 드라마가
중국에서도 큰 유행"이라고 하자 박수와 웃음이 터졌다.
시 주석은 "당나라 시선(詩仙) 이태백이 '거친 바람과 물결 헤칠 때가 오리니 돛을 달고 거센 바다를
건너리'라는 명구를 만들었다. 우리가 협력의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며 지속적으로 나아갈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