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마라톤이라면- 김동길 교수 !!!
공식 마라톤의 거리는 42킬로 195미터로 돼있습니다. 서울서 인천까지의 거리를 달리는 것인데 아직 2시간 이내에 완주한 선수는 없습니다. 손기정 선수도 2시간 20분 넘게 달려서 그 머리에 월계관을 썼고, 황영조 선수도 2시간의 높은 담을 허물지는 못하고 우승하였습니다.
요새 ‘건강백세’를 떠드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람이 만일 100세를 살 수 있다면, 그리고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1년에 420미터만 달리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10년이면 4,200미터, 100년이면 족히 42킬로를 거뜬히 끝낼 수 있습니다. 1년에 420미터라면 매일 달릴 것 없이 어느 하루아침에 끝내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해도 된다는 계산입니다.
1등으로 골인하겠다고 헐떡거리며 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생을 몰라서 그토록 어리석게 한평생을 사는 겁니다. 하늘에 계신 이는 사람들의 경주에 등수를 매기시는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웃고만 계실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도 ‘Childish’하다고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가끔 나의 ‘인생 마라톤’의 남은 거리는 195미터밖에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혼자서 웃습니다. 그동안도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빈둥빈둥 지냈지만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겁니다. 나대로 이렇게 살면서도 이 ‘달리기’를 잘 끝낼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권면합니다. 1등으로 ‘골인’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지저분한 욕심을 버리라고!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되도록 친구들에게 자주 점심도 사주고 생일에는 작은 선물이라도 하라고!
195미터가 결코 먼 거리는 아닙니다. 힘이 들어도 정직하게 사세요! 정직하게 살면서, 작은 일이라도,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되는 일만 골라서 하세요! 우리 모두가 가야 할 남은 거리는 195미터밖에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