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랍니다. 특히 독재자들은 오래 살기를 바랄 뿐 아니라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독재자들도 가야 합니다. 진(秦)나라의 시황제(始皇帝)로부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에 이르기까지 아직 살아 있는 독재자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들도
다 가고, “소식조차 막연해 물거품”입니다. 독재자도 다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체를 보존‧보관하는 기술과 아울러 약품이 크게 발달된 이 시대에는 죽은 뒤엔 그 시신을 영구보존하려는 독재자가 적지 않습니다. 1983년에 Spain의
Madrid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Franco의 무덤을 한 번 찾아가련다고 하였더니 영어 잘 하는 Spain의 한
청년이 농담조로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 보세요. 그 독재자(Franco)는 눕혀서
묻지 않고 엎어서 묻었으며 그 위에 큰 돌을 얹어 짓눌러 놓았습니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라고!”
Franco는 투병생활을 오래 하면서 그의 사후의 정권 쟁탈전을 지켜본 셈인데 사후의 시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 대하여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사망한 것 같습니다. 다만 그의 묘소는 19년이라는
긴 세월 죄수들의 강제 노동으로 조성되었다는 사실도 놀랍다고 느껴졌습니다.
Lenin은 1924년에 서거하였고 Stalin은 29년 뒤에 사망했는데 두 사람은 나란히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마련된
Mausoleum(靈廟, 영묘)에
누워 있었는데 후르시초프가 집권하고 어느 날 밤에 부하를 시켜 Stalin의 시신은 시골 묘지로
옮겨 흙에 묻어 버렸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에는 Lenin이 혼자 누워서 영원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Lenin을 본받아 북조선의 김일성도 1994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시신은 러시아의
생물구조 연구센터에서 도맡아 처리하고, 그의 시신 보존에는 러시아의 전문가 7인이 관여하여 무려 100만 달러가 소요되었고, 연간 관리비도 80만 달러가 든다니 독재자는 죽어서도 낭비를
일삼는 것 같습니다. 주 2회는 방부제를 살포하고, 얼굴 화장은 물론 2~3년에 한 번씩은 전신을 향료로 매닥질을
해야 한다니 죽어서도 고생하는 인간이 독재자라고 하겠습니다.
북의 김정은이라는 독재자는 남달리 성미가 급한 사람이라 살아있는 자기를 ‘미라’를 만들어 보존을 하라고 불호령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릴 하등의 이유도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