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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가을 단상(斷想)
무심이
일반
3
2,001
2006.11.10 09:33
뱀사골 가을 단상(斷想)
정령치(경유)-반선-얼음골초입-반선
블랙*산죽
< 정령치에서 바라본 천왕일출 >
졸음이 밀려온다
꼭 이리 가야하나..그래도 가야지
힘들게 아주 힘들게 고기삼거리 지나 악쓰고 정령치 도착
아무도 없다 어둠뿐이다
어라! 바람이 포근하네 설악보다 기온이 더 떨어져 춥다고 하더니만
지리산 아침기온 4도 젠장 기상청 예보 또 꽝이다
어둠속에서 어렴풋한 천왕 마루금을 바라본다
가슴이 일렁인다 왜 일렁일까 이유는 모르겄다 그냥 일렁인다
한참을 침묵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도깨비 불인가? 요즘 도깨비들은 때로몰려 다니는감
만복대 내림길에서 불빛이 번뜩 거린다
대간꾼들 수없이 몰려 내려온다
뭔 짓인지 나도 그렇고 저들도 그렇고
산행이 열풍인가 보다
무엇이든 울 나라에서 열풍이 불면 특급 태풍이 된다
대한민국에 몰아닥친 산행열풍
뜨겁다! 화끈하다! 열나게 광적이다
해가 뜬다
천왕 어깨를 짚고 떠오르는 태양
참 붉다
열심히 셔터를 눌러댄다
미친놈 같다 누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겨 일출보다가 ?
다시 해오름에 빠져든다
광명이다!
천왕을 불태운 태양은 하늘로 떠 올랐고
부서지는 새 빛 금살이 골골에 뿌려진다
언양골에서 날아오른 가마귀떼 가 까깍 거린다
세상 모든게 깨어나는 시간이다
가려린 억새도 깨어나 흔들린다
아침은 참 곱다
지리산!
이렇게 바라보니 넘 곱다
억새 홍당무 되어 하늘거리는
지리의 아침
상쾌하고 찬란하다
지리골에도 아침이 왔다
정령치를 내려 대소골 좀 기웃거리고
반선으로 내려와 어정거리다
뱀사골로 들었다
오랜만에 뱀사골 구경하고 단풍사냥도 할겸
가을 아침 골짜기는 유난히 맑다
그 맑은 길을 걷는다 사랑하는 아내와 단 둘이서
오색옷 갈아입는 나뭇잎새 보다도
깡말라 떨어진 고엽이 더 많다
아직은 덜 익은 가을정취
이대로 끝내 열정 태우지 못하고 끝날까봐 안타갑다
< 뱀사골 >
가을은 뭐라해도 색(色)이다
색은 단풍이고 단풍은 화려하다
초췌한 고목이 먼저 색을 발(發)한다
단풍을 투과한 빛이 얼굴에 닿는다
빨개진다 아내의 손목을 처음 잡을때 보다 더 빨개진다
앞서는 이 없고 뒤 따라오는 자 없어 한가하다
앞서 걷는 아내의 뒷 모습이 초라하다
한때는 저 단풍만큼 예뻤는데
모든 인간은 늙으면 초라해 지는법
초라함을 감추는 건 인격이다
이런 단풍이 골안에 쫘-악 있는게 아니다
메말라가는 계류
듬성듬성 보이는 단풍
올 가을 뱀사골 단풍마저 된서리를 맞는가 보다
단풍은 작년이 좋았다
그래도 지리산이라 이 만큼의 단풍귀경도 할 수 있다고 하니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빛은 색을 살려준다
빛이 없으면 색도 없다
빛이 투과됨은 속이 보인다는 것이다
속이 보이는 것은 투명하여 깨끗하다
사람의 속은 깊은 어둠이다
그러나 테레사 수녀와 같은 투명한 속도 있다
지리골은 빛이 투과되며 투명하여 깨끗하고 맑다
흐르는 모든것은 썩지 않는다
지리는 단절이 없다
언제나 흘러내린다
청류가..
구름이..
바람이..
사람들 틈에 끼어 모처럼 걸어본다
시끄러워 짜증난다
오고가고 가고오고 스치는 인연들
스쳐지나면 그만인 사람들
애써 외면하고 상관하지 않는다
호젓한 길이 그리워진다
정오를 넘는시간 떠오른 해는 지는해가 된다
생각을 바꿔본다
저들은 나와 무관하지 않다
수십억 인간세상
찰라이지만 저들은 나의 인연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조금 걸었다 하여
애써 외면했던 길들
외면했던 사람들
부끄럽다
저들은 내가 지리에서 먹었던 감동보다
더 큰 감흥을 받으며 지금 저 길을 걷고 있다
명선봉에서 흘러나오는 얼음골
계곡바위 양지에 밥상을 차렸다
< 명선북능 얼음골 초입폭 >
< 얼음골 사면 숲 >
올라온 길 되돌려 내려간다
오후볕이 강하여 단풍색이 죽는다
지리에서 가장 완만하게 오를 수 있는 뱀사골을
모처럼 사람들과 뒤엉켜 걸었다
걸을만 했다
수십년전 이 길 또한 원시경이 살아 있던 길이었다
계곡미로 치자면 지리 어느계곡에 비교해도
뒤 떨어지지 않는 뱀사골
지리산 그 어느 길 인들 아름답지 않은 길이 있겠는가 !
지리산의 가을은 아직도 한참을 더 태워야 한다
마지막 잎새 하나 떨어질때까지
지리의 아름다운 가을은 계속된다
아름다운 산을 찾아 나서는 길
아내는 늘 그림자처럼 내곁에 있어 주었다
말 없이 따라주는 걸음
항상 고맙고
백발 휘날리는 그날까지
더도덜도 말고 지금과 같이
변함없는 동행이 되기만을 바래본다.
-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산을 찾아서.. 산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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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무심이
2006.11.10 11:37
에고~~ 더듬어서 1시간여 고치고 잘라내고~~ ㅠㅠ 그래도 내 오기로 이나마 올렸슴다 흐흐흐^-^
에고~~ 더듬어서 1시간여 고치고 잘라내고~~ ㅠㅠ 그래도 내 오기로 이나마 올렸슴다 흐흐흐^-^
reporter
2006.11.10 12:19
무심이님! 지리산에는 아직도 저리 아름답게 단풍이 남아 있군요.. 가을의 정취에 취해봅니다.붙들고 놓치고 싶지 않은 이 아름다운 계절 뉴욕의 가을, 오늘은 유난히도 따듯하고 청명한 날씨였어요...나날이 발전하고 계신 ...HTML의 여왕이 되셨어요 ...일출 계곡 단풍 골고루 한번에 보여 주시니 시원~합니다.
무심이님! 지리산에는 아직도 저리 아름답게 단풍이 남아 있군요.. 가을의 정취에 취해봅니다.붙들고 놓치고 싶지 않은 이 아름다운 계절 뉴욕의 가을, 오늘은 유난히도 따듯하고 청명한 날씨였어요...나날이 발전하고 계신 ...HTML의 여왕이 되셨어요 ...일출 계곡 단풍 골고루 한번에 보여 주시니 시원~합니다.
모나미
2006.11.11 02:11
한참 구경 잘했습니다. 한국에 있을때도 산은 많이 다녔는데 지리산은 처음입니다 이곳 단풍은 빨간색보다는 갈색이 제일 많지요 떨어지는 단풍이 아쉽네요 또 내년을 기다리면서--
한참 구경 잘했습니다. 한국에 있을때도 산은 많이 다녔는데 지리산은 처음입니다 이곳 단풍은 빨간색보다는 갈색이 제일 많지요 떨어지는 단풍이 아쉽네요 또 내년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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