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의 물안개
무심이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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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5 00:45
같은 나무라도, 같은 구도라도
찍는 방향이나, 그림자에 따라
또 한없이 다르게 보이는 것을
찍혀져 온 사진을 보며 느낍니다.
물안개 친구 삼아
커피 한 잔 홀짝이며 바라보는데...
갑자기, 살아가는 일들이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홍수나, 태풍 때문인지
더러는 죽어가거나, 아예 죽어버린
그런 고사목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고사목은 고사목대로 또 운치가 있었습니다.
구도를 눕혀보면
이런 나무의 대칭도 보이네요. ㅎㅎ
이 조망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는데...
잠시 다 떠난 소강 상태에서
고즈넉한 풍경만 담았습니다.
바라보는 잠시 사이에
다시 짙은 물안개가 건너편 산 능선을 휘감으며
승무를 추는 여승의 긴 소매자락처럼
서서히 정중동의 춤사위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죽어, 고사목이 된 듯한 나무의 한 부분에서는
또 이렇게 파릇한 새 생명이
해맑은 미소로 내게 아침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 광대한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모습에
아름답지 않은 생명이 있겠습니까?
우주의 모든 기(氣)들이 생성되는 시간을
함께 마음의 눈을 마주하며 나누었으니
이 더할 나위없는 감동의 순간은
내 영혼의 곳간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이 나무들의 모습은 꼭
두 연인이 대화를 나누는 듯합니다.
한 사람은 앉아있고, 한 사람은 비스듬히 누워서...
아마존의 밀림 속을, 배를 타고 움직이는 기분이지요?
깊은 정적을 깨고, 어디선가
악어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올 것도 같은
짙은 여름의 끝이 보입니다.
이렇게 누워서도 살아가는 나무는
느긋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옵니다.
물그림자랑 만나니, 특이한 그림자를 만들어
꼭 서로 싸워 토라진 사람들 같습니다.
** 내려오는 길에 만난 마타리 **
** 물봉선 **
** 비에 온통 젖은 꽃잎을 닫고 있는 달맞이꽃 **
** 모델료 없는 모델을 찍으면서 **
사진들이 크리스탈처럼 맑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