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오동을 심은 뜻은 ?

수선화 0 2,711 2014.06.19 23:09


벽오동이란  ?     




"벽오동을심은뜻은  봉황을보잣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오시뇨/중략

달맞이 가잔 뜻은 님을 모셔 가잠인즉

어이타 우리 님은 가고 아니 오시느뇨" (김도향/벽오동)


벽오동을 심은 뜻은 과연 무엇일까?

옛 사람들은 봉황이 나타나면

세상에는 태평성대가 온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결국 벽오동은 세상에 태평성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심었다는 이야기이다.

봉황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장자’에 따르면

봉황은 ‘오동나무 가지가 아니면 앉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으며,

예천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예천'은 태평성대에만 단물이 솟는 샘이다.

봉황이 머무는 곳은 오동이다.

이 오동은 오동나무가 아니라 '벽오동(碧梧桐)'을 가리킨다. 

오동나무는 목재가 희기 때문에 백동(白桐)이라 하고,

벽오동은 줄기가 푸르기 때문에 청동(靑桐)이라 한다. 

오동나무는 현삼과(科), 벽오동은 벽오동과(科)로 전혀 다른 나무다.

굳이 구분하자면 ‘梧’는 벽오동을 뜻하고, ‘桐’은 오동나무를 뜻한다.

따라서 봉황이 깃드는 오동은 모두 벽오동이라 보면 된다.

벽오동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줄기가 푸르고 윤기가 나기 때문에

불로(不老)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졌다.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키도 큰 편이다.

한 해에 한 마디씩 자라기 때문에 마디를 세어 보면 나이를 알 수 있다.

크게 자란 벽오동은 과연 봉황이 찾아가 앉을 만큼 위엄이 있다.

이파리도 부채처럼 널찍하다.

잎이 무성하면 봉황이 그 속에 앉아 충분히 쉴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희고 노란 빛을 띠는 작은 꽃무리가 가지 끝에 달린다.

꽃잎도 없고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꽃술만 쑥 나온 모습이 뭔가 어색해 보인다. 

가을이 되면 다섯 날개를 아래로 오무린 듯한 팔랑개비 모양 안에

완두콩 같은 열매가 오순도순 달린다.

남도 민요 ‘새타령’은

"남영에 대붕새야 오동잎에 봉황새야 상사병에 기러기야 고국 찾는 접동새야" 하며

온갖 새를 불러낸다. 

화투(花鬪) 11월의 패(오동광)에서도 벽오동과 봉황을 볼 수 있다.


봉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경남 함안은 봉황을 부르기 위해 벽오동을 심은 숲이 있고,

여수 오동도는 봉황을 쫓기 위해 벽오동을 베고 동백을 심었다는 전설이 있다. 

조선 후기에 표암 강세황이 그린 벽오청서도(碧梧淸暑圖)는

선비가 벽오동 아래 앉아 마당을 쓰는 아이를 바라보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벽오동 아래서 기다리면 봉황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혹시 벽오동에 깃들어 스스로 봉황이 된 듯한 여유를 누리고 싶지 않았을까?
벽오동에 빠지면 헛것을 보게 되나 보다. 

벽사창(碧紗窓)에 어룬어룬 거린 것이

임이 온줄 알고 펄떡 뛰어 나가보니

임은 아니옵고 명월이 만정(滿庭)헌데 

벽오동 젖은 잎에 봉황이 앉아서 긴 목을 빼어 깃 다듬는 그림자였음에

실망하는 여인의 아픈 마음이 느껴진다

이제 곧 팔월 한가위가 다가온다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 마음과

태평성대를 기다리는 백성들의 마음과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님이

행여 문고리를 두드릴까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처럼

벽오동의 마음을 봉황은 알고는 있을까? 


    

           

여름 한 철의 벽오동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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