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나는

사랑이 5 5,790 2005.03.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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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이슬비를 맞고 싶다
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 쓰고 다니던 소꼽동무를 불러내어
나란이 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
꽃과 나무에 생기를 더해주고 아기의 미소처럼 사랑스럽게
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 누가 내게 봄에 낳은 여자 아이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봄비' '단비'라고 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 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함게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 질투의 눈길을 보내 오던
소녀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
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 다만 몇 줄이라도
진달래빛 사연을 적어 보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모양이 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 조가비, 리본, 읽다가 만 책,
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달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선물들을
정성껏 준비하며 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 봄에는 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 힘들다고 말했던 나도 이젠 갈수록 봄이
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 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무늬의 앞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 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 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런 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 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 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
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
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by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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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감초 2005.03.19 09:01
  졸업할 무렵  마음 설레이던 때가 봄이되면 생각남니다. 시집을 가느냐? 직장을 갖느냐? 엇갈리는 인생 길에서 어려운 경쟁을 물리치고 삼성물산 산하에서 담대하게 직장을 택하고 때묻?은 사회 속에서 숙명에 이름을 걸고 열심을 다하여 일하던 '64년도를 기억함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하며 지금에 내가있기에는 우리 모교에 사랑과 교육에 뒷바침이 나를 키운것이라고 자부함니다.
숙명 화이팅!!!
경숙이 2005.03.19 12:29
  오늘 Kissena Park에 산보하며 봄을 느껴 보았읍니다. 아직 스며드는 바람은 뼈속까지 차지만 언땅을 뚫고 나오는 봄꽃들의 힘찬 약동을 보며 샤랑님이 올려주신 이해인의 봄이오면 하고 싶은 일들을 헤어 봅니다.
모퉁이 돌 2005.03.22 23:03
  봄이오면 졸업식을 앞두고 순간 마다 명상에 잠기며 감상에젖어있었고 특별히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고는 밤 잠을 설레이던 그 시절을 기억하게하지요.  졸업후 41년, 비 바람에 뚜드려맞은 연약한 나무 가지들이 어느새 강하게 성장하여 거칠어진 엉성한 나에 피부와 경쟁하면서 세상것 무섭지 않타는 각박한 마음으로 나를 연마해주었지요... 그러나 만나면 동심으로 돌아가는 우리 학창 시절... 그리운 친구들 만날 날만 기다려짐니다. 그리고 주름 진 모습을 더듬으며 그때에 사랑을 다시 나누렴니다. 사랑하는 동무님들!!!!  매일~~~ 타인을 즐겁게 만드는 요술사에 기교를 보여주셔요...
감초 2005.03.27 18:30
  4월 15-17일 총 동문회에 오신다던 대 선배님'54년 영문과 졸업 언니께서 방금 전화 연락에 의하면 "마음은 꼭 가야하는데 몸이 말을 안듣는 기분이라하시니 내가 희미?하게 말씀에 이해가 아직 못가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선배님과 같이 71세가 되면 그때야 "아하 바로 이것이였구나...: 하겠지요...응석 부리듯이 "선배님을 꼭 뵙고 싶으니 꼭 날라(비행기로)오세요....오직 대 선배님은 언니 한분이셔요..." 그래요. "나도 우리  아우님을 전화로만 가끔 얘기했기애 꼭 만나고 싶네요..." 우리 숙명에 선,후배가 서로 동생,언니,아우 라면서 불러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래서 우리 숙명 식구들은 희망이있어요. 언니 건강하시고 다시 생각해 보셔요....사랑해요...숙명 화이팅!!!!
박방자 2005.04.02 09:03
  4/15-17일 휴스톤 미주 총 동문회때 2006년 창학 100주년을 마지하여 "숙명 리더십 홍보영상" 즉 재학생,외부인들 대상으로 소개,홍보하기 위한 7-8분짜리 영상물 작품을 모교에서 만드는데 협조하는 인터뷰를 함니다.회의때 못오시는분은 이 지면을 통하여 본인에 소개를하시든지 동문회에 연락하시면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하겠으니 모교에서하는 일에 많은 협조바람니다. 인터뷰내용은?
1. 숙명에서 배우고 얻은것은 무엇임니까? 
2. 미래 시회는 여성들에게 어떤 시대라고 보십니까?
3. 여성 리더로써 미래 후배들에게 "강하게 남기고싶은 말"
4. 동문님께서 생각하는 숙명의 이미지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셔요. (Ex.)나를 키워준 가장 깊은 뿌리.
연락처; 미주 총 동문회 이사장 박 방자. <a href=mailto:bangjayang@yahoo.com>bangjayang@yahoo.com</a> or 집 316-733-4618 숙명인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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