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해윤- 세탁소 할아버지의 이발소 그림

금수강산 0 4,515 2011.10.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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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화 '나들이'(2000)에서는 중절모에 양복을 차려 입고 한껏 멋을 낸 채 스포츠카를 타고, 할머니와 함께 나들이 가는 작가의 모습이 담겼다. 할아버지의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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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록 도심에서 살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산 좋고 물 좋은 고향집에서 살고 싶은 류 씨의 자화상이다. 인물 묘사에서도 원근법을 무시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대상을 크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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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은 가을, 들판이 노랗게 물든 고향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이 추억 속에서 현실로 되살아난다. 내가 살았든 고향마을(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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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돌돌 물레방아 돌아가는 고향 마을에도 추수의 계절이 찾아왔다. 새참 지고 논밭으로 향하는 아낙네와, 수확에 여념 없는 장정들이 대비를 이루는 '추수'(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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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타는 여인들, 널뛰는 여인들로 마을의 겨울 풍경이 부산하다. 화면 한 귀퉁이의 누렁이와 검은 돼지가 웃음을 자아낸다. '구정, 대보럼날'(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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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도 걱정할 필요 없이 자연 속에서 모이를 먹고 자랐던 토종닭의 건강한 모습이 주인보다 더 크게 그려져 있다. 실제 비례보다 주제를 강조하는 작가 특유의 과장이 드러난 '자연의 토종닭'(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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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어민과 농민이 함깨 모여 5월 단오절을 마자 흥겨운 노리잔치'(2005)라는, 장황한 제목의 그림. 비록 맞춤법도 틀린 설명적인 제목이지만, 작가가 말하고픈 화합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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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 소의 얼굴에 표정이 살아 있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상상해 그린 '한우목장마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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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하나되는 통일의 날이 오면, 철책으로 나뉜 이 땅에도 이렇듯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질지 모른다. 다정한 꿩 암수 한 쌍이 마치 남북한의 화해를 염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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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몸소 겪은 세대인 류 씨는 피난살이의 애환을 그림으로 남겼다. 운 좋은 사람은 입추의 여지도 없는 기차에 몸을 실었고, 그렇지 못한 사라은 소달구지를 끌고, 혹은 걸어서 남으로 향해야 했다. '6 25 동란에 피란민덜'(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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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꽃을 한 자리에 모아 그린 '혼합화'(2002). 평면적인 구도이나, 경쾌하고 밝은 색감이 작가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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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은 묻는다, 미술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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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활동은 71세 때부터였다. 세탁소와 복덕방을 같이 운영하던 그가

우연히 달력종이 뒤에다 펜으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베껴 그렸던 것이 발단이었다.
베끼는 횟수가 반복되면서 그의 그림은 점점 사진과 닮아가고 있었다.

마침내 사진같은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그의 창작욕은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했다.

화가인 아들 장복씨의 눈에도 세탁소 한켠을 채워나가기 시작한 그의 그림들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3년 전부터 아들은 달력 종이를 아트지로, 펜을 붓과

물감으로 바꿔주며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하지만 후원은 어디까지나 용구 제공 등에 그칠 뿐 그림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아꼈다.

"아버지 그림을 보면서 과연 미술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아도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이 있고 거기에 충실할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미술이란 걸 아버지는 가르쳐 주십니다."

아들이 그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해줬으면 하는데 말이 없어 아쉽다는

류옹에게 장복씨가 묵묵부답인 이유다. 다만 그간 무뚝뚝했던 부자간의

대화도 같은 길을 걷게 되면서 더욱 많아졌다는 그의 귀띔이다. 흔히 '대를 이어'

탄생하는 부자 화가에 비하면 이들에게는 '대를 거슬러'란 표현을 써야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지난 4일, 첫 관객을 맞는 류옹의 얼굴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작품 같지도 않은 것들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니 송구스럽다"면서도 그림들을 보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며

"흐뭇하다"란 말은 빼놓지 않았다. 그는 담배도 하지 않고 운전도 못하며 금강산도 가보지 못했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그림 속에서 그는 마도로스처럼(그의 표현대로라면) 파이프 담배를
물고 캔버스에 붓을 대고 있었으며

(자화상, 2000), 세련된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으로 아내가 모는 빨간 스포츠카로 드라이브도 한다(나들이, 2000). '이런 시절 보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렸다는 류옹은 연작으로 그린 금강산도 TV화면과 신문을 보고서 감탄했던 것이 붓을 들게 한 계기라고 했다.

화가들이 들으면 다소 의아해할 수도 있을 듯한 대목이다.

하지만 전시장을 찾은 화가 이근명씨는 "원근법 등 미술의 기본기를 오히려 배우지 않았던

것이 류옹의 상상력과 서사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며 "하지만 '나들이'에서 보듯 차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꽃과

그냥 보이는 꽃의 미세한 차이도 표현할 만큼 섬세하고 예리하다"고 말했다.

전업작가 이봉임씨도 "원색이 주는 편안함과 순수함은 물론 그림 하나하나에 작가의 진정성이 오롯이

담겨있다"고 했다.

1960년 9월 19일 미국잡지 <라이프>의 표지를 장식한 사람은 주름살이

곱게 잡힌 할머니, 안나 로버트슨(Anna Robertson), 류옹 역시 첫 전시회를 78세에 열게 됐으니

앞으로의 행보도 모지즈와 계속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류옹은 오늘도 세탁소 한켠에서 붓을 잡는다.

낮에는 생업에 종사해야 하니 작업에 방해 받지 않는 아침과 늦은 저녁이 그의 작업시간이다.

얼마 전 38년간 맡아오던 통장직을 그만두면서 다소 여유가 생겼다지만 동네 대소사도 빠짐없이 챙길 만큼

그는 여전히 활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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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작품 설명하는 할아버지. 가운데가 아들이자 '선배' 화가인 장복씨다.

봉선화/작시:이선명 노래:양현경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밤이 다하면 질터인데
그리운 내님은 어딜가고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끝에 봉숭아 빨개도 밤만 지나면 질터인데
손가락 마다 무명실 메어주던 그리운 내님은 어딜갔나.

별사이로 밝은 달 구름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님 웃는얼굴 어둠뚫고 나타나서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전에 구름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끝에 봉숭아 지기전에 그리운 내님도 돌아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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