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淑大 100여명, 서울 한남동 쪽방촌서 연탄 배달 봉사] !!!
숙명사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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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2 09:16
[淑大 100여명, 서울 한남동 쪽방촌서 연탄 배달 봉사]
처음엔 2000장 모금 계획
이름 밝히지 않은 경비원, 청소아주머니까지 보태… 연탄 1만장 살 돈 모아
몇 발짝 아래 사람의 정수리가 훤히 보일 정도로 비탈길은 가팔랐다.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 귀퉁이마다 허연 연탄재가 눈에 띄었다. 한강 너머 강남의 아파트들이 내다보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장문로 끝자락. 성탄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가난한 산동네 비좁은 골목길에 여대생 100여명이 부르는 캐럴 합창이 울려 퍼졌다. 숙명여대 ROTC 대원과 1학년생들이 연탄을 나르며 부르는 노랫소리였다.
반투명 우의 위에 검은 앞치마를 겹쳐 입고, 토시와 목장갑을 낀 채 연탄을 나르던 학생들은 골목에서 마주치는 주민들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주민들의 입에선 "아휴 예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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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후 숙명여대 학생들이 서울 한남동 쪽방촌 골목길에 줄을 서서 연탄을 나르고 있다. 검은 앞치마와 토시를 두르고 목장갑까지 낀 이들은 연탄 가루가 길에 떨어지지 않도록 연탄 한 장씩 조심스럽게 안아 옆 사람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어려운 이웃들 집에 연탄을 전달했다. /김지호 기자
동네 입구에 트럭이 내려놓은 산더미 같은 연탄을 학생들은 두 장씩 품에 안고 날랐다. 처음엔 릴레이식으로 전달했지만, 길바닥에 시커먼 가루가 떨어지자 까만 연탄을 품기 시작했다. 연탄 두 장 무게는 7.2㎏. 가파른 비탈은 맨몸으로 올라도 '헉헉' 하얀 입김이 났다. 다들 지쳐 갈 때 누군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고, '창밖을 보라' '울면 안 돼' '루돌프 사슴코'로 이어지는 메들리가 됐다. 학생들은 오후 2시부터 2시간가량 연탄 1900장, 20㎏짜리 쌀 7포대, 생필품 세트 7개, 30개들이 휴지 14개를 일곱 집에 전했다. 연탄을 때는 집이 많은 이곳에서도 형편이 어려워 냉골에 지내는 이웃들이었다. 손녀뻘 학생들에게 성탄 선물을 받은 한 독거 할머니는 "그 무거운 걸 직접 안아다 주니 미안해서 어쩌나…"라고 말했다.
연탄 모금이 시작된 건 지난달이었다. 1학년 대상 리더십 과정인 '아너스 프로그램' 수강생 66명이 발벗고 나섰다. 연탄 2000장을 살 수 있는 120만원이 목표였다. 학생들은 교내에서 벼룩시장을 열어 안 입는 옷, 손수 만든 장신구를 팔았다. 한 잔에 1000원짜리 커피를 팔기도 했다. 한파가 몰아치자 핫팩을 팔았다. "핫팩 하나가 팔릴 때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연탄 한 장이 생깁니다!" 반나절 만에 핫팩 140개가 동났다. 총장을 비롯한 교수들은 지갑에서 10만원씩을 선뜻 꺼냈다.
하루는 60대 경비 아저씨가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여섯 장을 건넸다. 이름 밝히기를 한사코 거부한 아저씨는 학생들이 권하는 커피도 사양했다. 청소 아주머니들은 돼지저금통 3개를 내놨다. 쉬는 시간마다 한 푼 두 푼, 일 년간 모은 돈이라 했다. 김금자(64)씨는 "어린 학생들이 모금한다고 추위에 벌벌 떠는 게 안쓰러워 저금통을 내놨다"고 했다.
한 달도 안 돼 모금 목표가 연탄 4000장으로 '상향 조정' 됐다. 이달 초 모금을 마감해보니 애초 목표의 5배인 연탄 1만장을 살 수 있는 600만원이 모였다. 역사문화학과 박혜리(19)양은 "우리 힘만으로는 연탄 1만장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과 함께 전한 1900장은 각 집이 한 달을 지낼 수 있는 양이다. 학생들은 "겨우내 연탄이 떨어지지 않도록 총 4000여장을 제공하고 남은 돈으로 쌀과 생필품도 계속 전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