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부르시던 베틀노래 . 1 시 / 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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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부르시던 베틀노래. 1    시 이정자
..통곡


세 아이 토닥거려 아랫목에 재워 놓고 
호롱불 밝혀 토벽에 걸어놓고 베틀에 앉아
동지섣달 긴긴밤을 
철커덕 철커덕 무명배를 짜셨다
슬픔처럼 눈물처럼
씨줄과 날줄의 현을 타고 흐르듯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셨다
일곱 살 어린 나, 꿈결인 듯
아련하고 야릇한 곡조에 취하다가
왠지 가슴 서늘해져
"인자 그 노래 그만 불러 엄마"
베틀에 앉은 어머니의 등을 끌어 안았지

한밤을 밝혀도 알 수 없는 노랫말
해지도록 불러도 소리 없는 곡조
눈감으면 지금도
아릿하게 들려오는
신기한 그 노래

농투성이 어머니
순박한 시골 아낙
그러나 그러나
속에선 피가 끓는 젊디 젊은 여인
신여성에게 아버지 빼앗기고
무너지는 가슴 움켜잡고 터트렸을 
유행가도 타령도 아닌 음정도 박자도 없는 
어머니가 부르시던 베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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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자 시인
경남 합천 출생 숙명여대 상학과 졸업 1984년 미국 이주
1998년 "워싱턴문학" 신인상 수상 2002년 "문학시대" 등단
2010년 시집 - 사막에 핀 풀잎의 노래 -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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