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편지 시 이정자 여아 보아라 먼객지에니를보내노코이애미는마미안편타 바븐잘챙기묵고댕기는지여기는걱정마라농사일도바뿌고 정미소일도바빠서눈코떨새업다가치보내는돈은살며가마 파라서보내는거니애끼고공부열심히하거래이 자취방 친구들이 볼세라 얼른 구겨서 주먹 속에 감추었던 동경 유학을 하신 아버지의 박대에 이 악물고 가마솥 아궁이에 불 지피며 정지바닥에 엎드려 부지깽이 연필 삼아 깨우치셨다는, 누런 갱지에 내가 쓰다 버린 몽당연필에 침 묻혀서 흐릿한 석유등잔불 심지 돋우며 끙끙대며 쓰셨을 삐뚤빼뚤 사십 여 년 전 어머니가 보내 주신 편지 어쩌자고 마른버짐 핀 저 눈밭의 발가벗은 나무들 희롱하던 삭풍 회오리로 돌아 앙상한 내 등줄기 속으로 파고드는가 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