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울음소리 들리는 산청에서 시 / 이정자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느닷없이
날카로운 전기톱 내몸에 들이대고 불도저 사정없이 가슴 헤집더니
골짜기마다 흐르던 맑은 물 흙빛으로 물들고 산배암 쫓겨간
자국 구불 구불 맨살 드러났습니다
진주에서 오십리
은 피라미 떼 팔딱이는 강줄기 따라 오르면 산수 좋기로
소문난 여기는 산청
지금 이 곳에선
개발이란 이름으로
어느 돈 많은 여자사장이 서울서 내려와 깃대를 꽂고
주차장엔 얼룩 얼룩 문어발 가리개 달았습니다
'옥궁', 이름도 끈적한 러브호텔을.....
등성이 타고 가는 솔바람 휘어 잡으며
계곡 물 소리 들으며
그리 살면 되는 것을
보십시오
얼굴에는 화사한 분칠을 하고
내 깊은 처녀림엔
드디어 홍등이 걸렸습니다
점 점 문명의 늪으로 침잠하며 슬픈 짐승처럼
흐느끼고 있을
그 산처녀의 울음
소리 없이 내 여윈 어깨 위에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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